인터뷰 | 권일환 퀼컴벤처스 벤처사업총괄 이사

✚ 퀄컴벤처스는 1년 반마다 한국을 포함해 인도ㆍ이스라엘 등지에서 큐프라이즈 대회를 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큐프라이즈는 퀄컴벤처스에서 주관하는 벤처 경진대회다. 퀄컴벤처스가 진출해 있는 인도ㆍ이스라엘ㆍ유럽ㆍ중국ㆍ한국ㆍ브라질ㆍ미국 7개 지역에서 우승팀을 뽑는다. 각 지역에서 우승한 팀에게는 10만불의 상금을 지급한다. 이후 큐프라이즈 글로벌 본선을 치른다. 글로벌 본선에서 우승하는 팀에게는 15만불의 상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 한국에서 우승한 팀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나.
“글로벌 본선에 진출했던 7~8개 한국팀 상당수가 3위 안에 들었다. [※큐프라이즈 글로벌 본선에선 우승 팀만 가린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한국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 큐프라이즈 대회에는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팀이 많이 나오나.
“스타트업의 업력을 보면 1~2년 정도다. ‘혁신적이다’ ‘아니다’를 평가하기 이른 감이 있다. 혁신보단 다양한 문제에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사업모델을 시장에서 실행했을 때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팀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롤모델과 멘토 등장에 ‘창업 붐’
✚ 최근 국내에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스타트업 붐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몇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창업비용이 낮아졌다.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도 생겼다. 정부 정책 등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금이 원활하게 유입되고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 등 성공 케이스가 등장하면서 롤모델이 많아졌다. 2000년대 1세대 벤처인들이 창업시장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스타트업 붐에 한몫하고 있다.”
✚ 1세대 벤처인들의 경험이 창업시장에 좋은 씨앗이 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정신적 캐피탈을 제공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팀이 많다. 중국에선 해외 비즈니스 모델을 내수시장에 맞게 변형하는 팀들이 눈에 띈다.”
✚ 모방 아닌가.
“카피캣이라고 폄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존 사업모델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것 역시 관습을 깨는 것이라서다.”
✚ 퀄컴벤처스는 투자대상을 어떻게 선택하나.
“가설을 세워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섹터(산업 부문)를 찍는다. 해당 섹터의 구조를 파악한 후 그 안에 있는 스타트업을 추린다. 인적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다른 벤처캐피탈이나 기업 CEO,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기도 한다.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려고 하고 공부도 많이 하려고 한다.”
✚ 공부할 짬이 나는가.
“부족하기 때문에 짬을 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업모델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예견하진 못하더라도 혁신의 최전방에 있는 창업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더 욕심을 낸다면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창업자와 함께 기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뭔가.
“초기에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하는지’다. 먼저 ‘얼마나 중요한 문제를 풀려고 하는지’를 보고 ‘해당 문제의 솔루션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장의 규모가 클수록 해당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커진다.”
✚ 국내 투자환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에는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벤처생태계를 놓고 보자. 기업이 돌아가려면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인재가 모이면 이들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기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자들이 ‘엑시트(투자회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인재와 돈은 모이는 것 같은데 투자회수시장은 미흡해 보인다.”
✚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미국의 벤처캐피탈은 대부분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자금회수를 한다. 미국에서는 전략적인 가치가 인정되면 M&A가 빠르게 진행된다. M&A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엑시트 시장’이 부족한 것 같다. 기업상장(IPO) 외에 자금회수방법이 거의 없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투자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금회수가 IPO에 한정돼 있어 답답할 때가 있다.”
솔루션 보면 성장가능성 읽혀
✚ 퀄컴벤처스는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를 하는 편인가.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을 특별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단 큐프라이즈 대회를 통해 신생기업들에 컨버터블 노트(Conv ertible Note) 형태로 투자한다. 각 국가별로 시드펀드(창업 종잣돈)를 따로 배정하고 이 안에서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 한국에서는 8개 기업에 투자했다. 3년 미만의 기업을 ‘초기단계’ 기업이라고 봤을 때 8개 중 2개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했다.”

✚ 스타트업은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는 조건 같은 게 있는가.
“누군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게 ‘왜 창업을 했냐’라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서비스다’. 창업을 하고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힘든 일이 많이 생긴다. 100개 중 한두개 빼고는 실패를 맛보는 곳이 창업시장이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얘기다. 꼭 해야겠다는 신념, 실패하더라도 그동안 얻은 경험을 값지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면 창업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 ‘창업가는 이래야 한다’는 게 있을까.
“창업가는 자신의 일에 미쳐야 한다. 자기 일에 신념이 있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 ‘미쳐있는 사람’들이다. 삼성에 갈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가 왜 스타트업에 합류하겠나. 무언가에 미쳐 있는 창업가에게 반했기 때문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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