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믿었건만 발등을…
그렇게 믿었건만 발등을…
  •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 호수 101
  • 승인 2014.07.1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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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인 | 좋은 친구들

좋은 친구의 정의는 무엇일까. 일단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배신하거나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게 좋은 친구다. 이런 맥락에서 ‘좋은 친구들’은 아쉽다. ‘왜 믿고 살아온 친구 사이에 술 한잔 나누면서 진실을 말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남았기 때문이다.

▲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 친구들.[사진=뉴시스]
현태(지성)와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는 학창 시절부터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친구다. 현태는 부모와의 사이가 소원하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는 부모와 사사건건 대립하다 결국은 의절까지 했다. 현태와 부모를 이어주는 사람은 친구 인철이었다.

어느날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화재사건으로 현태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아버지는 위독하다. 수사과정을 믿지 못한 현태는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하고 인철과 민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믿었던 친구들이 의심스러워지는데….

이 영화의 관건은 캐릭터의 변하는 심리를 어떻게 카메라에 담느냐였다. 이도윤 감독과 유억 촬영감독은 어떤 제한도 주지 않고 배우들이 본능적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주인공 현태를 연기한 지성은 화재사건 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겪는 내적 갈등을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표현했다. 인철역을 맡은 주지훈은 의리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속임수를 쓰는 속물적인 현대의 남성상을 연기했다. 사건 이후 의리와 진실 사이에서 변화무쌍한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민수역의 이광수는 ‘나는 배우다’는 걸 알리려는 듯 놀랄 만한 몰입도를 선보였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코믹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감도 과시했다. 특히 두 주인공 현태와 인철을 연결하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단편 영화를 통해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과 내면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 극찬을 받았던 ‘우리. 여행자들’ ‘이웃’ 등의 작품을 통해 제2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2006년), 제7회 미장센 단편영화제(2008년)에서 수상한 이도윤 감독은 ‘좋은 친구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캐릭터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신세계’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의 작품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였던 유억 촬영감독은 캐릭터 사이의 긴장감을 묵직한 질감으로 표현해 감정의 농도를 짙게 만들었다.

‘좋은 친구들’은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전 준비 과정을 철저히 거쳤다. 특별한 대사가 없어도 그 캐릭터가 살아 온 인생을 짐작할 수 있도록 세트장이 아닌 실제공간에서 촬영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현태의 부모가 운영하는 성인오락실이 대 표적 사례인데, 마땅한 곳을 찾아다니던 제작진은 부산 영도에 있는 해군사관학교를 섭외했고, 50여일에 걸쳐 이뤄진 미술팀의 노력으로 성인오락실을 구현해 냈다. 또한 현태가 살아가는 공간은 따뜻하고 평범하게, 미래의 성공을 위해 살아가는 인철의 공간은 도회적이면서 차갑게 표현했다. 민수의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살렸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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