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무서운 위기가 몰려온다
진짜 무서운 위기가 몰려온다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호수 101
  • 승인 2014.07.16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中 제조업 구조조정 끝나면 …

▲ 한국은 중국 제조업의 구조조정 이후 등장할 기업과 어떻게 경쟁할지 고민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중국발 금융위기설’이 나돌면서 한국이 불안에 떤다. 한국의 가장 큰 고객이 중국이라서다. 하지만 진짜 걱정할 건 그게 아니다. 중국이 구조조정을 통해 막강한 제조업체를 탄생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중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한국은 제조대국 중국이 필요로 하는 중간재를 공급하면서 중국의 톱(TOP) 3의 교역국이 됐다. 거꾸로 말하면 중국의 기침 한번에 한국은 바로 몸살이 날 수도 있는 구조라는 거다. 그래서 한국은 제조업 측면에서 보면 ‘준準중국’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중국의 수요에 울고 웃는 상황이 돼 버렸다. 

올해 초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7%대로 낮추자 중국발 금융위기설이 시장을 떠돌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터질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부동산 실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돈 벌 욕심에 자기 돈의 30~60배의 레버리지를 걸어 부동산 상품을 서로 사고팔다가 부동산 가격이 원래 가격까지 떨어지자 바로 원금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의 상황과는 다르다.

일단 중국은행들은 예금한 돈의 75%내에서만 대출을 한다. 게다가 중국의 모든 은행은 국유은행이다. 중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부동산 파생상품 자체가 없다. 그래서 은행의 예금지급불능사태가 올 가능성이 적다. 중국의 집값은 매년 1000만채의 집을 지어도 인구가 워낙 많아 실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이다. 중국의 금융위기가 온다면 맨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금리다. 서방의 중국 금융위기설에도 최근 중국의 금리는 하향추세다. 따라서 중국에 금융위기가 온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중국발 금융위기설의 진위여부는 3월에 끝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중국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위안화 환율변동폭을 상하 1%에서 2%로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철강ㆍ화학ㆍ시멘트ㆍ유리ㆍ태양광 같은 19개 공급과잉된 산업 설비를 2014년 말까지 폐기하도록 했다. 2014년 수출목표는 사상 처음으로 GDP와 같은 수준인 7.5% 내외로 정했다. 향후 2년 내에 예금금리를 자유화하기로 했다.

환율 1% 절하는 중국의 환율변동폭 확대를 시험해본 것이고 2월의 수출 감소는 춘절효과와 2013년의 수출실적 부풀리기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또 GDP와 같은 수준의 수출목표를 세웠다는 것은 더이상 수출을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쓰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수출이 감소해도 별다른 수출 진흥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 한국이 경계해야 할 건 중국발 금융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의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 리스크를 동반할지 체크해야 한다. 중국은 제조대국이다. 제조대국 중국에 제조업으로 승부를 걸면 백전백패다. 검의 고수에게 검으로 승부해선 안 된다는 거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고 하지만 겨우 자동차와 휴대전화 정도에서 강국일 뿐이다. 나머지 전통제조업에서 한국의 우위는 사라지고 있다.

제조업에서 한국 우위 사라져

2014년 양회 이후 중국정부는 다양하고 파격적인 정책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중간재 수출로 재미를 보던 한국의 전통제조업에 중국 특수는 더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GDP를 2013년과 비슷한 수준인 7.5%선으로 잡은 이유로 ‘19개 전통제조업은 대대적인 과잉설비 축소와 구조조정’ ‘IT를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 소비산업은 육성’ ‘금융산업은 내부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다. 총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금융위기보다는 19개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이 더 무서운 상황이다. 구조조정 이후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아 한국기업과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수출 호조는 이들 전통제조업에 대한 중간재수출 덕분이었는데, 이젠 구조조정으로 그 수요가 줄어들게 생겼다. 중간재 수출 호황이 끝난 셈이다. 이제 한국은 중국 제조업의 구조조정 후에 등장할 기업과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들어온 서방기업과의 경쟁도 고민해야 한다. 물고기는 호적戶籍이 없다. 한국 어부에 잡히면 한국산, 일본 어부에게 잡히면 일본산, 중국 어부에 잡히면 중국산이다. 기술도 물고기처럼 돈다.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첨단기술의 출생지는 선진국이지만 지금 현주소는 중국이다. 기업들도 대거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이 있는 곳에 기술이 따라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지금 전세계 신기술은 중국에서 만들어져서 중국에서 떠돌다가 중국과 전세계로 팔린다. 한국 제조업의 강점도 전세계 기업의 신기술과 만나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기술은 낙후돼 있지만 한국보다 높은 수준의 세계적인 기술이 중국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이젠 중국기업과 경쟁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기업과도 경쟁인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변하고 있다. 인터넷이 중국을 바꾸고, 중국인을 바꾸며, 중국의 소비를 바꾸고 있다. 한국은 제조강국으로 폼 잡고 있지만 폭발하는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관시關係’로 맺어진 유통강국이라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투자해서 돈을 벌려면 중국의 ‘China-MBA’들이 필요한데 한국은 중국어 전공자들을 주재원으로 대거 내보냈다. 투자분석, 시장분석, 상권분석, 마케팅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 중문과 출신만 보내면 승부는 뻔하다. 중문과 출신이 아닌 중국어가 능통한 중국인들로 전력을 새로 짜야 한다. 역관譯官이 아닌 거상巨商을 키워야 한국이 대중국 손익계산서에서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이 중국을 바꿔 놓았다. 신장의 유혈사태도, 음식점의 불량식품도, 여성들과 부적절한 행위나 부적절한 거래를 하는 고관들의 행태도 카메라 달린 휴대전화가 관찰자와 고발자가 되고 있다. 숨겨놓은 CCTV보다 손에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전송이 가능한 ‘이동 CCTV’인 휴대전화가 중국을 바꿔 놓은 것이다. 요우쿠(동영상 사이트), 위쳇(SNS) 등에 무조건 찍어서 올리고 유통시킨다. 애플이 70만명의 푸스캉(애플의 생산하도급 전자업체) 종업원의 손으로 아이폰을 만들게 하면서 중국인에게 노동환경이 무엇이고, 대량생산이 무엇이며, 생산이 아닌 개발과 유통이 진정한 권력이란 걸 이미 알려 줬다.

중국서 돈 벌 거상 키워야

▲ 박근혜 대통령(맨 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뉴시스]
그리고 중국은 이제 아이폰을 끼고 사는 나라다. 그 아이폰으로 중국인은 이제 전자상거래를 한다.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통한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어지간한 오프라인 제조업체의 매출액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성장 속도는 장난이 아니다. 물건은 오프라인에서 구경하고 구입은 타오바오에서 한다. 중국의 새로운 변화다. 이제 대중국 손익계산서를 짤 때는 제조 뿐 아니라 유통과 금융을 같이 봐야 한다. 실물경제가 아니라 사이버경제, 인터넷경제에서 유통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면 한국의 대중국 손익계산서는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bsj700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