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의 무서운 자화상
초연결사회는 모든 걸 편리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다. 무엇보다 초연결사회의 수혜를 입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뉠 것이다. 기계에 자리를 뺏긴 인간은 소외될 수 있고, 정보를 조작하는 해커는 더 날뛸 게 뻔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 때문에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을 늦춰선 안 된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몫은 우리에게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초연결사회의 인간은 인간소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인간이 만든 기술들은 때론 인간을 소외시켜 인간을 삶의 본질로부터 떨어뜨리기도 한다. ‘상황인지’라는 편리함의 이면에 기술의존적인 인간이 생겨나고, 기술과 인간의 관계가 불평등해질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인간이며 모두 사생활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방대한 영역에서 초연결사회의 간섭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생길 것이다. 신용카드 정보 유출을 겪으면서도 신용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화가 불가능해 동일한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송하는 비콘의 보급이 확대되면, 거리는 스팸 정보로 넘쳐날 것이다. 소비자들이 필터링을 해도 마켓 플레이어들은 그를 피해 메시지를 발송하는 노하우를 구사할 것이며, 결국 이 기술들과 소비자는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해커의 활동범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니 해커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커가 냉장고의 음식을 상하게 한다거나, 영업장의 청소기를 고장낼 수도 있다. 결제와 보안 역시 해킹에 의해 여러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편리함과 사생활 침해의 ‘공존’
현재의 결제시스템은 본인 인증을 거치면 이후부터는 처음 인증과정에서 설정한 비밀번호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하다. 본인 인증 방법은 대표적으로 카드번호와 CVC값을 입력하는 ‘실물카드’ 방법, ‘공인인증서’ 방법, ‘스마트아이디’ 등이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공인인증서나 실물카드 방법 중 하나를 택해 본인 인증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스미싱을 통해 공인인증서가 유출되고 실물카드가 없어도 내 카드처럼 도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점이 부정적 결과만 양산할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우리는 초연결사회의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사물인터넷 시대에 맞춘 정책을 펼쳐 가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를 시험무대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려는 정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런 추세를 따라 지능형 도시와 지능형 관광사업에 90조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 한국도 IT 강국으로서 관련 투자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 30여년간 아타리 게임기, 닌텐도 게임기, 애플 컴퓨터 등을 일찍이 접한 40대 초반의 디지털 키즈들이 사회의 주요한 세력으로 등장했다. 이미 선전하고 있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글로벌 스케일의 서비스를 제공할 때가 온 것이다.
한국인은 편리함을 남보다 빠르게 생활에 도입하려는 경쟁 심리를 갖고 있고, 이로 인해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의 기질을 가졌다. 초연결사회는 그 부작용이 상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런 생태계는 한국인의 체질에 맞다. 기업의 투자와 증시의 움직임을 보아도 스마트폰의 도입보다 더 큰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할 때, 한국이 세계 속에서 IT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연결사회가 사생활을 박탈하고 스팸이 범람하는 우울한 미래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를 창조하는 비전이 될지는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초연결사회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몫은 우리에게 있다.
김권영 이케이웍스 이사 sourlrider94@ekay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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