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색깔론’ 뒤에 숨은 정치 셈법
‘전교조 색깔론’ 뒤에 숨은 정치 셈법
  • 이영탁 서울수락중 교사
  • 호수 99
  • 승인 2014.07.01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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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보낸 편지 ❶

정부가 문제를 삼은 전교조의 해직교사는 사학비리에 맞서거나 우열반 폐지를 주장했다.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란 거다. 이념 논쟁을 부추겨 위기를 돌파하려는 보수정권의 전략이다.

▲ 보수정권은 ‘반反전교조’를 내세워 정국 위기를 돌파했다. [사진=뉴시스]
전교조가 합법노조로서 지위를 상실했다. 1999년 전교조가 합법노동조합으로 출범한 지 15년 만이다.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전교조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함에 따라 단체교섭권 등 노동조합의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전교조가 비非합법노조가 된 이유는 뭘까. 해직교사의 조합 활동과 가입을 금지하라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아서다. 노동부는 해직자의 노조 활동을 용인하지 않는다. 근거는 교원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부는 전교조의 규약 부칙 제5조를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문제를 삼은 해직교사는 9명이다. 이들은 사학비리에 맞서 투쟁을 벌이거나 성적 우열반 폐지를 주장하고, 통일교육을 실시했다. 비리나 부정을 일삼아 교사의 신분을 박탈당한 게 아니라는 거다. 전교조는 6만명의 조합원에게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을 수용할 것인지를 물었다. 68. 59%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수의 조합원이 25년 동안 참교육을 실천해온 해직교사와 동행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전교조는 조합원의 뜻을 받아들여 이들을 정치적 희생자로 보고,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해직교사들이 전교조 노조사무를 맡게 된 경위다.

교육부는 노동조합인 전교조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노동조합 명칭을 빼앗았다. 해산명령을 내린 셈이다. 노조 해산명령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통해 사라진 과거의 부산물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다시 꺼내 전교조를 법외노조가 아닌 불법노조 취급을 하고 있다. 이는 형평성이 어긋난다. 직장을 잃은 구직자가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산별노조와 달리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만 해직자의 조합원 신분을 문제 삼고 있어서다.

전교조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사안의 원인인 교원노조법의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 교원노조법 2조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현직 교원뿐만 아니라 교육부 장관이 검정ㆍ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자는 거다. 전교조만의 주장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차례에 걸쳐 권고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13차례나 관련 법안을 개정해 해고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교조에 칼을 겨눈다. 정부가 문제를 삼은 것이 해직교사의 조합원 신분이라면 전교조는 해당 규약을 삭제하고 9명의 해직교사를 노조의 직원으로 채용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전교조는 타협하지 않았다. 정부의 의도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은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리자’고 주장하면서 집권했다. 그들이 구사한 전략엔 전교조가 있었다. 전교조를 향해 노골적으로 색깔론 공격을 일삼은 것이다. 보수정권의 전교조 활용 전략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광우병 촛불집회(2008년), 교육감 선거(2010년), 교학사 역사교과서 검정 취소 운동(2013년), 교육감 선거(2014년)에서도 어김없이 전교조를 끌어들여 이념 갈등을 부추겼다.

이뿐만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반대집회, 전교조 교육실태 고발대회, 2012년 TV대선토론회에서 ‘전교조의 역사관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교조를 겨냥했다. 그들은 전교조를 통해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전교조가 창립 25년 만에 법외노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영탁 서울수락중 교사 gandi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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