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보낸 편지 ❶
정부가 문제를 삼은 전교조의 해직교사는 사학비리에 맞서거나 우열반 폐지를 주장했다.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란 거다. 이념 논쟁을 부추겨 위기를 돌파하려는 보수정권의 전략이다.

정부가 문제를 삼은 해직교사는 9명이다. 이들은 사학비리에 맞서 투쟁을 벌이거나 성적 우열반 폐지를 주장하고, 통일교육을 실시했다. 비리나 부정을 일삼아 교사의 신분을 박탈당한 게 아니라는 거다. 전교조는 6만명의 조합원에게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을 수용할 것인지를 물었다. 68. 59%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수의 조합원이 25년 동안 참교육을 실천해온 해직교사와 동행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전교조는 조합원의 뜻을 받아들여 이들을 정치적 희생자로 보고,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해직교사들이 전교조 노조사무를 맡게 된 경위다.
교육부는 노동조합인 전교조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노동조합 명칭을 빼앗았다. 해산명령을 내린 셈이다. 노조 해산명령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통해 사라진 과거의 부산물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다시 꺼내 전교조를 법외노조가 아닌 불법노조 취급을 하고 있다. 이는 형평성이 어긋난다. 직장을 잃은 구직자가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산별노조와 달리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만 해직자의 조합원 신분을 문제 삼고 있어서다.
전교조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사안의 원인인 교원노조법의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 교원노조법 2조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현직 교원뿐만 아니라 교육부 장관이 검정ㆍ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자는 거다. 전교조만의 주장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차례에 걸쳐 권고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13차례나 관련 법안을 개정해 해고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교조에 칼을 겨눈다. 정부가 문제를 삼은 것이 해직교사의 조합원 신분이라면 전교조는 해당 규약을 삭제하고 9명의 해직교사를 노조의 직원으로 채용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전교조는 타협하지 않았다. 정부의 의도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반대집회, 전교조 교육실태 고발대회, 2012년 TV대선토론회에서 ‘전교조의 역사관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교조를 겨냥했다. 그들은 전교조를 통해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전교조가 창립 25년 만에 법외노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영탁 서울수락중 교사 gandi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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