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가격 하락을 막고 주택매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시장에 활력을 넣어 내수를 살리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규제가 풀린다고 서민의 주택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금의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이 아니라 높은 가격수준에 있어서다.
2013년 4월 1일 국토교통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택거래 위축과 전세가격 불안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전세가격이 불안한 이유를 주택구입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판단의 첫번째 근거로 사용된 지표는 수도권의 주택가격이다. 과천ㆍ분당ㆍ용인 등 외곽 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가격의 하락이 주택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주택거래 위축이 유일한 정책근거라는 얘기다. 이 진단은 타당한 걸까. 불과 수년전 주택가격 안정이 정부의 주요 정책목표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난해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LTVㆍ DTI 등의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언급하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부동산 규제완화에 마지막 방점을 찍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주택시장이 활성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가격에 있다. 주택매매 가격조사가 실시된 1986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매매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시기는 두차례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시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이는 심각한 임대료 부담에도 무주택자들이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2005년 90%를 기록했던 주택보급률이 2010년 97%에 달해 대량의 신규주택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주요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주택가격 안정이 시장의 침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집 구입 엄두 못내는 서민
시장의 효율성을 따져볼 때 지금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무주택자들의 소득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현재 수준의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경우다.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정책과 분배정책의 강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둘째는 공공지원을 통해 무주택자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주택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공공에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정책기조는 규제완화와 공공주택의 물량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면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이 다수의 주택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 공공주택 물량축소는 저렴한 주택이 시장에 풀리는 것을 막고 주택의 공급량을 줄여 주택가격을 끌어올릴지 모른다.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점은 주택가격의 하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높은 주택가격에 있다.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세진 새사연 이사 wisecity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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