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을 선물하자 희망을 노래하다
힐링을 선물하자 희망을 노래하다
  • 김건희 기자
  • 호수 98
  • 승인 2014.06.2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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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위드프랜즈 박사

아이들은 가출과 결석을 반복했다. 갑갑한 보호시설에서도 뛰쳐나왔다. 거리를 헤매다 ‘위드프랜즈(With Friends)’로 모였다. 그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아픔을 호소하려는 게 아니다. 힐링을 노래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가슴을 매만져준 김형석(60) 위드프랜즈 박사를 만났다.

▲ 청소년단체 '위드프랜즈'의 30명의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위드프랜드 제공]
김형석 박사는 NGO계의 대부代父였다. 대학(총신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면서 틈틈이 대북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김 박사는 북한동포와 조선족을 지원하는 대북통일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를 운영하기도 했다. 2005년 신학을 공부하면서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동포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될 것으로 믿었다.

인생은 알 수 없다고 했던가. 김 박사는 현재 30명의 아들과 딸을 둔 ‘자식부자’가 됐다. 4인가족이 많은 요즘 시대엔 보기 드문 대가족이다. 그에게 자식이 많은 이유는 가정과 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모인 청소년단체 ‘위드프랜즈’를 책임지고 있어서다. 김 박사는 “나만큼 자식이 많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 박사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 건 2012년 여름부터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이 가출청소년을 모아 댄스연습실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 인생 항로를 스스로 바꿨다. 처음엔 3~4명이던 아이들이 20명 수준으로 늘었다. 재정이 어려워지자 김 박사는 교회의 예산을 지원했다. 김 박사는 아이들의 댄스모임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고, 청소년단체 등록을 추진했다. 위드 는 2012년 서울시 청소년단체로 등록됐다. 위드프랜즈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마음의 상처를 매만지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오래 전 집을 가출했거나 학교를 그만둔 상태였다.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청소년보호시설 ‘쉼터’로 향했다. 방은 따뜻하고 먹을 것은 풍족했지만 지켜야 할 제약이 많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요구하는 탓에 숨이 막혀 쉼터를 박차고 나오기 일쑤였다.

김 박사는 이런 아이들에게 규율이 아니라 자유를 주기로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 30명의 아이들의 입에서 ‘노래’ ‘춤’ ‘연기’가 나왔다.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것. 김 박사의 머릿속에 ‘뮤지컬’이 떠올랐다. 마침 아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던 교인이 뮤지컬 배우였다. 김 박사는 공연을 추진했다. 연습과정은 드라마틱했다. 공동체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수없이 싸움과 화해를 반복했다. 몇번의 갈등을 겪은 후 경기도 안산지역에서 길거리 공연을 가졌다. 반응이 뜨거웠다. 길을 지나가던 청소년들이 또래의 공연을 보면서 흥미를 보인 것이다.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자 아이들도 흥이 났다.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이었다. ‘하면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 김형석 위드프랜즈 박사는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후원공연을 열었다. [사진=위드프랜즈 제공]
길거리공연의 효과는 컸다. 위드프랜즈에 ‘가족’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13살 초등학생부터 21살 청년까지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길거리 공연에 매력을 느낀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연습량을 늘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못 이겨 중학교 때 집을 7번이나 가출했던 소년은 고등학교에서 학급회장으로 선출됐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김 박사가 거둔 자식농사의 결과물이다. 위드프랜즈는 최근 대규모 공연을 열었다. 이번엔 길거리가 아니라 무대에 작품을 올렸다. 아직 아이들의 가슴엔 생채기가 남았다.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노래한다. 상처가 치유되고 있어서다. 힐링이 시작될 시간이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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