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 적시는 ‘테마파크 플랜’
금싸라기 땅 적시는 ‘테마파크 플랜’
  • 박용선 기자
  • 호수 98
  • 승인 2014.06.25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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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전쟁 달아오르는 한전 부지

▲ 서울시는 올 4월 한국전력 일대를 국제회의장, 관광숙박시설이 어우러진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지정훈 기자]
서울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한국전력공사 부지. 한전은 내년 11월까지 이 땅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매입자로 거론되는 곳은 삼성과 현대차. 하지만 두 그룹은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현대차는 그룹 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건설 등을 계획하며 공격적인 모습인 반면 삼성은 관심이 없는 척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인 만큼 전 세계가 개최지인 한국을 주목했다. 올해 6월 현재에도 코엑스는 크고 작은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주말이면 쇼핑과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코엑스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데 코엑스 도로 맞은편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관련 업체, 크고 작은 기업, 이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과 커피점 등이 들어서 있다. 단순한 오피스 지역으로, 주말이면 한전 부지 일대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이제 상황이 변했다. 서울시는 한전 부지 개발용도를 맞은편 코엑스 수준인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조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전 부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서울시는 4월 1일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일대(72만㎡ㆍ약 21만8000평)를 국제회의장, 관광숙박시설이 어우러진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며 이 개발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시장은 국제교류 복합지구 계획을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으며 “세계적인 명소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제2의 코엑스’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개발 사업의 핵심은 7만9000㎡(약 2만4000평)에 이르는 한전 부지다. 축구장 12개 규모다. 한전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올 11월 전라남도 나주 광주전남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다. 1년 후인 내년 11월까지는 본사를 매각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전 부지는 서울 지역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꼽혔다. 이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830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업계에선 실제 매매가격이 최소 3조원에서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은 현재 부지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추진된 2005년부터 이 땅을 어떻게 처분할지 고심했다. 방법은 크게 두가지였다. 한전이 매각 이후 개발사업에 참여하느냐, 아니면 완전히 팔고 나가는 것이냐다. 사실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한전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헐값에 매각되거나 땅값이 너무 비싸 기간 내(2015년 11월까지)에 팔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한전이 직접 지분을 투자해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서울 ‘금싸라기’ 땅 한전 부지

이에 따라 한전은 땅값을 가장 높게 써서 내는 매입자에게 파는 공개경쟁입찰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페이퍼컴퍼니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부지 매각 후 개발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졌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매각방안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삼성과 현대차가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한전 부지 매각금액이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그만한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도 많지 않다. 우선 현대차가 매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수용할 수 있는 그룹 사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 양재동 본사는 비좁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남 역삼동에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자동차 관련 계열사를 한곳에 모으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컨벤션센터ㆍ호텔ㆍ대형쇼핑몰ㆍ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세워 한전 부지 일대를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개발한다는 방안이다. 현대차는 이를 ‘현대차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라고 설명했다.

사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서울 성수동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2만7000㎡ㆍ약 8400평)에 지상 100층짜리 그룹 사옥을 짓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부지는 현대차가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층수 규제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50층, 200m 이상의 초고층빌딩 건설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한 도심, 부도심 범위에 뚝섬 부지를 제외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한전 부지로 눈을 돌렸고,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한 것이다.

신중한 삼성 vs 공격적인 현대차

특히 현대차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중 자동차 박물관, 미래차 체험관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 테마파크를 강조한다. 폭스바겐ㆍ벤츠ㆍBMWㆍ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 대부분은 자동차 박물관 또는 자동차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의 세계 최대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stadt)’의 경우, 매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이런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현대차 역시 자사의 자동차 역사와 문화, 브랜드를 한눈에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자동차 강국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서울시와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계획이다.

 
삼성 역시 한전 부지 매입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현대차가 그룹 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를 내세웠다면 삼성은 부동산 개발 후 업무시설과 관광숙박시설 임대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은 2009년부터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삼성물산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놨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당시 10조원을 투자해 한전ㆍ서울의료원ㆍ한국감정원 등의 부지와 주변 토지를 합쳐 약 14만3500m²(약 4만3000평) 규모의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제안서를 서울 강남구에 냈다.

업계에선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쓰이부동산을 롤 모델로, 삼성이 직접 땅을 사서 개발하는 사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삼성은 2년 후 2011년 삼성생명을 통해 한전 옆 옛 한국감정원 본사(1만900㎡ㆍ약 3300평)를 2436억원에 매입했다. 이 때문에 삼성이 계획대로 한전 부지까지 매입해 이 일대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투자 개념에서 삼성생명ㆍ삼성화재 등 그룹 금융계열사가 자금을 대고 개발은 삼성물산 등 건설계열사가 맡는 구조다. 추후에도 금융계열사가 한전 부지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은 2012년 삼성생명이 부동산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삼성SRA자산운용을 설립했고, 최근 들어 사업 부문을 조정하며 부동산 개발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외국계 투자는 부정적 시각 많아

하지만 삼성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아직 검토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역시 한전 부지 개발과 관련 진행하고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이 오래돼 다시 지어야 할지, 서울시가 발표한 개발 계획을 고려한 활용 계획을 검토 하고 있지만 아직 임대수익 목적에서 벗어난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이처럼 조심스러운 건 과거 용산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상영 명지대(부동산학) 교수는 “삼성이 수익성을 보고 용산개발에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발을 빼는 아픔을 겪었다”며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전 부지를 산 것도 아니고 서울시와 개발과 관련 사전협상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조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 결정을 누가 하겠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입원 중이라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또한 토지 가격과 주변 상황이 변했는데, 과거에 제안한 사업안을 가지고 똑같이 계획할 수는 없다. 다시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삼성과 현대차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다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한전 부지는 서울시 발전에 중요한 땅”이라며 “다양한 기업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그들의 장점을 살려 개발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도 거론되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시장에선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과 미국계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샌즈 등이 한전 부지 매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이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외국 자본을 유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말을 이었다. “자본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 직접 들어와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국내 산업과 경제가 발전해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돈이 들어오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효과가 없다. 또한 서울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을 해외에 판다면 한전이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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