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체중을 줄이기 위해 흰쌀밥과 밀가루를 기본적으로 끊어야 한다는 필자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체중 증가는 공식처럼 심ㆍ뇌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기름진 피가 넘치는 고지혈증이 찾아오게 마련인데, 의외로 여성이 남성의 2배가 넘는다. 폐경으로 지질대사 능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면ㆍ떡ㆍ과자 등 흰 탄수화물의 섭취가 남성보다 많은 탓이다. 경각심을 가지고 양질의 탄수화물을 선택할 시점이다. 현미식을 늘 강조하다 보니 밖에서 식사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은 나올 만하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밥만이라도 갖고 다니면 된다. 외출시 여성들이 필수 소지품인 립스틱을 챙기듯 필자 가방에는 항상 현미밥 한두 공기가 들어 있다.

식당에서 현미밥을 꺼내 놓으면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필자를 당뇨환자로 여기거나 어디 아픈가 묻기도 한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탈이 나야 건강을 지키는 행태가 우리 주위에 만연한 탓이다. 대한민국 90% 이상의 식당에서 흰쌀밥을 준다. 가끔 쌈밥집에서 보리밥을 주기도 하는데 도정한 보리가 섞였다고 갈색 탄수화물이 되는 건 아니다. 현미밥을 주거나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은 한군데도 보지 못했다. 손님들이 식감이 껄끄럽다고 할테니 내놓지 못한다는 식당도 있기는 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식당 주인들조차 현미식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흰쌀밥 식사는 일제강점기의 잔재다. 일본인들은 목 넘김이 부드러운 고급술을 만들기 위해 누런 쌀알을 절반까지 깎아 청주를 빚었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만들어진 흰쌀은 몸에 유용한 통곡의 영양분을 모두 제거한 술의 재료일 뿐이다. 우리는 이제껏 술의 재료로 밥을 해서 먹고 살았던 것이다.
흰쌀밥은 비극적 코미디의 훌륭한 소재다. 섭취와 배설을 도와주는 식이섬유를 다 깎아낸 흰쌀밥을 먹고 변을 강제로 빼내기 위해 병원을 찾으니 말이다. 현미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해 안정적 포도당을 공급하는 우수한 식품 급원이다. 들녘의 나락을 쪼아먹고 몇십만㎞를 날아가는 철새의 에너지가 현미의 옥타코사놀이란 성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유용한 성분들을 모두 깎아낸 탄수화물 덩어리를 먹으며 나빠지는 건강을 탓하고 있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