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금닭

그중 러시아 오페라는 푸시킨의 작품들을 많이 활용했는데 푸시킨은 장편뿐만 아니라 단편도 많이 썼다. 대부분 동화 같은 익살스러운 이야기들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많은 풍자가 담겨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왕(Zar)을 처음에는 영웅으로 묘사하다가 점차 누추한 바보로 변모시키는 내용과 같은 것이다. 오페라 ‘금닭(Golden cockerel)’ 역시 푸시킨의 작품이다.
1907년에 완성됐지만 왕의 추종자들(Zarist)이 오페라의 정치적 의도를 눈치채고 공연을 금지했다. 작곡가가 죽고 2년 후 바보가 된 왕을 군대 총사령관으로 바꾸고 총사령관은 대령으로 바꾸는 타협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금닭’이 왕이 아닌 총사령관을 부르는 내용으로 대사를 바꿔 노래를 부른 것이다.
1막=왕(Zar)의 궁전. 도돈왕과 그의 두 아들, 최고사령관, 그리고 모든 대신은 적군이 국경지대까지 다가오자 근심에 휩싸인다. 그 때 점쟁이가 금닭을 들고 나타난다. 이 금닭은 나라에 위험이 닥칠 때마다 노래를 불러 미리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금닭이 있어 걱정이 없어진 왕은 점쟁이에게 첫번째 소원을 들어줄 것을 약속한다. 금닭이 위험을 알리는 소리를 내자 왕과 두 아들은 전투부대를 동원해 급히 떠난다.
2막=언덕 위 어둠이 깔리고 저 멀리 천막 한 채가 보인다. 왕은 두 아들과 많은 군인을 잃고 절망한다. 총사령관이 천막으로 다가와 불태워 버릴 것을 명령하는 순간 천막 안에서 아름다운 공주가 나타나 두 왕자를 죽였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목소리, 춤 솜씨에 빠진 왕은 그녀를 부인으로 삼기로 한다.
3막=수도의 광장. 국민들이 마차를 타고 왕과 함께 나타날 여인의 환영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점쟁이가 먼저 나타나 공주를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하며 그의 첫번째 소원을 들어 주겠다는 왕의 약속을 상기한다. 왕이 거절했지만 점쟁이가 끝까지 말을 듣지 않자 왕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그를 한 차례 공격한다. 이를 본 금닭이 왕을 부리로 수차례 공격해 왕은 중상을 잃고 숨진다. 그 순간 공주는 사라지고 국민은 왕의 죽음을 슬퍼하며 커튼이 드리운다. 다시 커튼이 열리며 점쟁이 역할의 배우가 나타나 관중들에게 공연 배우들 중 본인과 공주를 제외한 모두는 실제가 아닌 가상인물이라며 이야기의 내용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 에필로그로 정치적 모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