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모바일 부활할까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대표 A씨. 2009년 그의 손에 전화기 한대가 들어왔다.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켰던 아이폰이었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심플한 디자인, 운영체제(iOS)와 애플리케이션의 자연스러운 구동이 그를 들뜨게 만들었다. 그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이폰을 능가하는 전화기는 없을 거다.” 그로부터 5년 후. A대표는 최근 새로운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LG전자의 G3다. 그는 “G3를 직접 사용해보니 디자인 심미성이나 화질, 카메라, UX(사용자경험) 등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며 “확실히 LG전자의 스마트폰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A대표는 “LG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LG전자가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3가 인기를 끌고 있다. G3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하루 2만~3만대가량 팔려나가더니 출시 5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중 최단 기간 판매량 기록이다. G3의 인기 비결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사양과 성능이다. 화면은 5.5인치고, 화질을 평가하는 해상도는 Quad HD(2560×1440)다. 올 3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5의 해상도 FHD(1920×1080)보다 뛰어나다.
고화질만 소비자를 사로잡은 게 아니다. 메탈 느낌의 케이스와 화면 베젤을 최소화한 디자인은 심미성을 극대화한다. 손떨림보정장치(OIS)와 레이저를 이용한 오토 포커스는 1300만 화소를 갖춘 카메라의 역량을 돋보이게 한다. 모두 갤럭시S5나 아이폰5S에서 볼 수 없었던 기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스마트 알림이, 스마트 키보드, 스마트 시큐리티, LG 헬스 등 새로운 UX가 G3의 우수한 하드웨어 역량을 보여준다”며 “G3에서 LG전가 2000년대 중반 출시한 초콜릿폰과 롤리팝폰의 역량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G3의 인기에 힘입어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관건은 LG전자 모바일 사업(MC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느냐다. 일부 증권사는 올 하반기쯤이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JP모건은 “LG전자가 G3를 예상보다 2개월 먼저 출시했다”며 “판매량이 G2보다 50%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8월 출시한 G2의 누적 판매량이 50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G3는 올해 500만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G3의 돌풍 어디까지…
업계 관계자들은 G2와 G3의 출시가 시사하는 바가 다르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LG전자가 지난해 G2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면 올해 출시한 G3는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G3의 판매량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부활을 예견하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어떤 점에서 이런 전망을 내놓는 걸까. G3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G3의 출시 시점이 탁월하다. LG전자는 당초 G3를 올 8월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8월에 신제품을 출시하기엔 늦은 감이 있고, 아이폰6 출시가 예정돼 있어 출시 시점을 조정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렇게 결정된 날짜가 5월 28일이다.
신의 한수였다. 올 3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5의 판매량 정점을 비껴가는 데다 올 하반기 아이폰6의 출시 전까지 3개월가량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월 20일 영업재개에 나섰다는 점이 호재다.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G3를 적극 활용할 것은 뻔하다. 89만원대로 G3의 출고가를 책정한 것도 요인이다. LG전자는 G3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국내 출고가를 92만원에서 89만원9800원으로 낮췄다. 스마트폰의 수요가 중저가로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제품 구성을 다양하게 갖춘 것도 G3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제품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G3ㆍG Pro2와 보급형 L시리즈와 F시리즈로 구성했다. 여기에 올 3분기엔 스마트 워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다양한 제품 구성은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제품이 다양할수록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어나고 브랜드 파워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마케팅 비용도 효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최근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향상된 것도 괄목할 변화다. LG전자는 G3를 출시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유럽ㆍ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출시했고, 신제품을 발표하는 언팩쇼는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개최했다. 홍보 콘셉트를 ‘Simple is the new smart’로 일관되게 노출한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G3의 인기가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LG전자를 둘러싼 시장의 환경이 만만치 않아서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서 보급형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수익성 개선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의 효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 사업이 LG전자 가치 결정
영업이익률이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집행하느냐도 관건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스마트폰 사업이 성숙 국면에 진입했다는 얘기”라며 “이런 경우 대규모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데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낮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LG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원가 혁신을 통해 제품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LG전자 관계자는 “G시리즈 출시 이후 프리미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차별화된 UX를 적용해 시장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TV와 생활가전이 선전하는 상황에서 LG전자의 주가가 최저 수준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LG전자의 가치를 결정하는 하는 것은 모바일 사업이라는 뜻이다. 결국 LG전자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모바일 사업인 셈이다. G3의 어깨가 무겁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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