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동의 Inno-Process
A사는 창업 초기만 해도 직원의 급여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영세했다. 그랬던 A사는 나고야名古屋 증권거래소 시장 제2부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고, 2개의 계열사는 12개로 늘어났다. 비결이 뭘까. 답은 간단하다. CEO의 혁신경영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 덕분이다.

중소기업 A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잔업ㆍ휴일근무를 없애고, 전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70세 정년을 보장하고, 종신고용 계약을 맺었다. 정리해고 또한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에게 연간 140일의 휴가와 개인 휴가, 3년간의 육아휴직을 보장했다. 5년마다 모든 직원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혹자는 직원들의 근무자세가 태만해질 것이라고 우려할지 모르겠다. A사도 이런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원칙을 만들었을까.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우수한 직원뿐만 아니라 평범한 직원들에게 집중하고, 그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급여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직원의 의욕을 높여 스스로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A사의 인적자원은 직원의 성취욕이 기업의 성과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대신 기업은 ‘절약’을 생활화했다. 요컨대 형광등 관리를 위해 담당자를 지정하고, 전기 스위치를 켤 때마다 하나씩 켤 것을 강조한다. 여름철에는 실내온도 27도를 유지하고, 3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는 장소엔 복사기가 1대뿐이다. 서류봉투 1장도 10번 이상 재활용한다. 불편할 법도 하지만 직원들은 말없이 따른다. 이런 불편함이 회사와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영혁신까지 모방해야
A사의 CEO도 이런 규율에 동참할까. CEO는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근무하고, 고급 승용차를 타거나 골프를 치지 않는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5년마다 전직원이 해외여행을 간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절약하는 이유다. 독특한 사기앙양법도 쓴다. A사는 월례행사 때마다 8명의 제안점검자가 직원들이 작성한 제안서를 점검한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상품을 수여하거나 해당 공장에 혜택이 돌아간다. 이렇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모아 상품에 반영하고, 기획한 덕분에 A사의 제품 중 90%는 특허상품이다. 이는 곧 회사의 매출로 연결됐고, A사는 이익이 직원들에게 돌려준다.
A사의 사례는 경영혁신이나 신제품 개발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늘날 경영환경에서 경영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혁신활동을 조직구성원이 수용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조직구성원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통된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성공기업의 경영혁신기법을 벤치마킹하고 도입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정과 업종 특성을 고려한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경쟁사를 모방하거나 유행을 따라가는 경영혁신은 실패하기 쉽다. 이런 경영혁신은 성공한다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치기 십상이다.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가져다 줄지도 미지수다. 물론 한국의 모든 중소기업이 직원 지향적인 환경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금부족과 인재부족이라는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도 의외의 방법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걸 A사가 보여주고 있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mdchoi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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