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집안싸움’ 덕에 나발 부나
IBM, ‘집안싸움’ 덕에 나발 부나
  • 강서구 기자
  • 호수 95
  • 승인 2014.06.0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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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이득 없는 싸움

▲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한다고 해도 금감원 특별감사가 기다리고 있다.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싸움에 득을 보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현 전산시스템 업체 IBM이다.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교체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바람 잘 날 없는’ KB금융그룹이 또다시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일본 도쿄東京지점의 부당대출 사건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부실투자 문제ㆍ국민주택채권 위조사건ㆍ부당 이자 환급사건•1조원대의 허위예금입금증 발급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씻기도 전에 KB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KB국민카드는 영업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그룹은 부정ㆍ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쇄신안을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은 비리의 가중처벌 방침과 지점 통제 강화 시스템을 KB금융그룹은 ‘줄서기 인사’를 척결하기 위한 인사 시스템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런 쇄신안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그룹의 내부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은 현재 사용 중인 전산시스템의 메인프레임 교체과정에서 터졌다. KB국민은행은 올 4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IBM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KB국민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전산시스템의 변경이 논의됐기 때문에 KB금융지주의 뜻이 반영됐다. 이사회는 시스템 교체를 결정했는데, 금융지주의 입장을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IBM코리아 대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5월 16일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정병기 KB국민은행 상임감사가 교체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월 19일 이 행장이 직접 감사의견서를 제출했는데도 이사회는 채택을 거절했다.

결국 이 행장과 정 감사는 ‘중요한 경영사안’이라 판단해 금융감독원에 특검을 요청했다. 당연히 시스템 결정을 밀어붙인 지주 쪽에서 반발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대립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것이다. 김재열 KB금융지주 최고정보관리자(CIOㆍ전무)는 해명자료를 통해 “사적으로 받은 이메일을 근거로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재검토를 지시했다”며 “은행경영진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집안싸움’에 흔들리는 KB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이사회의 결정에 제동을 거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며 이사회를 압박했다. 이사회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까지 직접 나섰지만 금융지주와 은행의 대립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 행장과 정 감사가 감사의견서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지주회사가 IBM을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은 1540억원에서 1950억원으로 410억원가량 부풀리고, 유닉스로 전환하는 비용은 1000억원 축소했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IBM 가격의 경우 시스템 가격에 운영에 필요한 금액을 포함했기 때문에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유닉스 전환 비용이 1000억원 축소계상된 건 입찰과정에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유닉스 전환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축소하거나 왜곡해 보고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는 전환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보고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의 의견 차이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힘겨루기로 비치고 있다. ‘집안싸움’을 지켜보던 국민은행 노동조합까지 금융지주와 은행을 비판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의사결정을 했던 최종책임자인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노동조합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도 양쪽은 상반된 주장으로 일관하는 등 무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 전산교체 문제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은행의 갈등이 노조에까지 번지고 있다”며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오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이어 터진 사건 사고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며 “부정적 인식이 남게 되면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힘겨루기가 예견된 사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출신과 계파, 정권과의 관계 등이 달라, 의견이 일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낸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전형적인 ‘모피아’다. 이 행장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연피아(금융연구원+마피아)’다.

취임시 노조의 반발로 곤욕을 치른 임 회장은 은행경영의 자율성 확보, 능력 위주의 내부 인사 기용을 약속하면서 첫단추를 끼웠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외부인사로 분류됐던 이 행장이 KB은행의 수장이 됐다. 사실상 임 회장이 낙점한 인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압력으로 임 회장이 노조와의 약속을 어기고 이 행장을 은행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임 회장의 이 행장과 갈등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내정 이후 노조의 반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한 사람이 임 회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의혹이 있는 일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며 “현재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웃는 IBM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어떤 결정으로 내려도 이득을 보는 것은 IBM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변경이 무산되면 IBM이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가 결정돼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시스템을 신규로 설치하려면 13개월가량이 걸린다. 당장 시스템 설치에 들어가도 내년 7월에 유닉스 시스템의 설치가 완료된다. 그런데 KB국민은행과 IBM의 계약은 내년 6월말에 완료된다. 지금 설치를 시작해도 적어도 1개월은 연장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연장 단기계약을 하면 한달에 약 90억원의 사용료를 IBM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계약 월 사용료 28억원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장기 계약이든 단기 연장계약이든 돈을 버는 곳은 IBM인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갈등으로 KB가 얻어갈 수 있는 이익은 하나도 없다”며 “결국은 IBM만 ‘원님 덕에 나발 부는’ 경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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