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부정을 저지르면 처벌을 받는다. 그럼에도 같은 부정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을 바꿔야 부정이 사라질까. 답은 간단하다.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의 생태계를 탈바꿈시키면 된다.

최근 명문대 로스쿨생이 교수 연구실에 잠입,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교수들의 PC를 해킹한 사건이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시험과목마다 ‘완벽에 가까운 답안’을 내며 전과목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범행 일체가 발각돼 학교에서 영구제적 처분을 받았고,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토익시험과 관련된 부정도 끊이지 않는다. A씨는 소형 영상 송수신기를 직접 제작한 뒤 토익 고득점자와 고득점을 원하는 의뢰자를 모집했다. B씨는 한 고사장에서 작은 크기의 무선 영상송수신장비로 자신의 답안을 유출했다. A씨와 B씨는 업무방해죄로 벌을 받아야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사회다. 모두가 경쟁의 장에 나와서 출반선상에 서고, 휘슬이 울리면 달리기 시작한다. 이런 달리기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성장은 좋은 것이고, 이런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이 좋은 도구라고 우리는 교육받았다. 그래서 어린 나이 때부터 성장하기 위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승자가 된 사람에게 많은 영광이 돌아간다. 어느 개그맨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지 않았던가. 사실 1등이 가져가는 몫과 2등이 가져가는 몫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 우리 사회를 ‘승자독식사회’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라면 누군가는 규칙을 어겨서라도 1등이 되려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유혹에 넘어간 반칙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반칙이 나올 수밖에 없는 토양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쟁은 특정 시대를 반영하는 이념에 불과하며, 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부족한 사람도 넉넉히 품어 주는 세상이 된다면,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1등이 되려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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