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9단 김영호의 Money Trend
수백, 수천가지의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 혹은 온라인 쇼핑몰에 보기 좋게 진열하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즉각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한번의 클릭이나 터치로 쇼핑이 끝나는 ‘제로 에포트 커머스(ZEC)’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베이의 도전 사례는 또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뉴욕의 유통업체인 피프스앤드퍼시픽과 공동으로 패션 브랜드 ‘케이트스페이드 새터데이’ 제품을 판매하는 터치스크린형 팝업스토어 ‘쇼퍼블 윈도’를 선보였다. 윈도에 비친 제품을 눈으로 확인한 뒤 터치스크린을 통해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팝업스토어는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었고, 이베이는 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업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쇼핑경험과 재미, 나아가 편리성까지 전달한다. 아울러 이베이 입장에서는 유명 패션ㆍ가전 브랜드를 앞세워 고객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조사도 굳이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내지 않고 논스토어(non-store) 방식을 통한 추가매출을 올릴 수 있는 그야말로 ‘윈윈’ 모델인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베이는 대형마트 ‘타깃’과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면 한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이베이 나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해 배송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남의 칼을 빌려 상대방을 친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인 셈이다.
아마존은 어떤가. 아마존은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주문이 이뤄지는 바코드스캐너를 개발, 판매 중이다. 이름하여 아마존 대시(Amazon Dash)다. 이는 와이파이(Wi-Fi)와 음성인식이 가능한 바코드 스캐너다. 이 막대형 기기의 특징은 가정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즉각 주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가령 기저귀가 필요하면 기기에 대고 “기저귀”라고 말하면 끝이다.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만 하면 쇼핑이 끝나기도 한다. 아이 돌보느라 정신없는 초보엄마가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쇼핑을 마칠 수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 바코드가 아마존뿐만 아니라 아마존프레시, 아마존닷컴의 수백만가지 제품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코드 하나가 쇼핑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아마존에는 많은 매출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미국 현지 동네서점과 제휴해 판매하는 전자책 ‘킨들’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존과 손잡은 동네서점은 킨들 기기와 액세서리를 기존 가격보다 최고 35% 낮은 가격에 공급받고 이를 정가에 판매한다. 상당한 마진을 챙기게 함으로써 킨들 소지자를 늘리는 전략이다. 향후 2년간 고객이 전자책 콘텐트를 구입하면 이들 동네서점은 아마존에서 그 가격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킨들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충해 경쟁사와 치열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진지를 구축하게 됐다. 이처럼 수천가지의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 혹은 온라인 쇼핑몰에 진열하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즉각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한번의 클릭이나 터치로 쇼핑이 끝나는, 아무런 노력이 필요 없는 ‘제로 에포트 커머스(ZEC)’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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