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올 매경오픈 챔피언 박준원은 적지 않은 파4 홀에서 롱 아이언을 잡았다. 남들은 피칭웨지나 기껏 8번 또는 9번을 잡는 아이언 거리에서 그는 5번, 6번 심지어는 3번, 4번도 잡았다. 롱 아이언의 정확성으로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다.
지난 4월 11일 남서울CC에서 끝난 국내 프로골프 첫 메이저 타이틀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박준원은 주말골퍼에게 몇가지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박준원은 나이 29살이다. 2006년 프로에 입문했으니 10년차다. 지난해 상금랭킹 26위였다지만 대한민국 프로골프 스타대열에 오른 적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야말로 ‘꾸역꾸역’ 기록을 내더니 우승까지 했다. 생애 오픈대회 첫 우승이 메이저 타이틀이니 그 기쁨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의 이번 대회 플레이는 사실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그저 그런 플레이처럼 보였다. 드라이버 거리도 260야드 안팎이었다. 갤러리였다면 “저게 무슨 프로골퍼?”란 의구심까지 들만한 단타자였다. 남서울CC(6348m)가 짧다고는 하지만, 주말골퍼가 챔피언 티(백 티)에 서면 웬만한 장타가 아니면 몽둥이로 두 번째 온그린도 만만찮다.

당시 대부분의 출전 선수들은 이 홀이 까다롭긴 해도 드라이버만 페어웨이에 안착한다면 7~9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센컨드 온이 가능한 거리였다. 그때도 36살의 한창 나이였던 페이빈의 드라이버는 250야드를 간신히 넘었다. 꼴찌 수준이었다. 그의 우드 샷은 희한하게 런이 거의 없었다. 우드를 아이언처럼 깎아치는 훈련을 한 까닭이다.
박세리와 함께 미국 LPGA무대를 빛냈던 ‘땅콩’ 김미현도 드라이버가 230야드 날아갈 뿐이었다. 하지만 우드가 미들 아이언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면서 남들보다 20~30야드 손해 본 거리를 커버했다. 그녀가 몽둥이를 휘두를 때는 거의 300도의 원을 그리면서 그린의 핀을 향해 볼이 날아간다. 미국 골프 팬들에게는 너무도 신기하게 보여 당시 박세리보다도 더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박준원은 우승 인터뷰에서 “최근 몇년 동안 샷 훈련의 대부분은 롱 아이언과 웨지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그린 적중률은 70.18%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퍼팅 수는 홀 당 1.67타로 1위다. 파4 홀의 경우 2온은 안되더라도 롱 아이언으로 일단 그린에 접근시킨 뒤 어프로치로 홀에 붙여 파 세이브를 했다는 얘기다. 그에게는 7번부터 9번까지의 미들 및 쇼트 아이언은 오히려 거의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주말골퍼가 아마도 박준원과 비숫한 처지일 것이다. 주말골퍼들 상당수가 평소 피칭웨지나 미들 아이언으로 연습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작 실전에서는 라운드 내내 몽둥이만 잡는 경우가 흔하다. 주말골퍼들의 백을 들춰보면 3번과 4번 아이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예 빼버렸다는 얘기다. 대신 5번 또는 7번 우드로 대처하고 있다. 물론 우드가 편안하다면 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드보다는 롱 아이언의 정확도가 높은 게 상식이다. 우드에서 롱 아이언으로 넘어 갈 수는 있어도, 롱 아이언에서 우드로 전환하는 경우가 드문 건 이 때문이다.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면 박준원처럼 파4 홀에서 굳이 2온을 시키기 위해 우드를 잡아 무리를 하지 말라는 점이다. 차라리 롱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그린에 접근시켜 3온 1퍼트 작전이야말로 주말골퍼들이 새겨야 할 점이다. 프로이자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이 정도인데 아마추어가 욕심을 낸다면 만용 밖에 안된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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