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사고의 작은 리스크
해병대캠프 실종사고, 경주리조트 붕괴사고, 세월호 침몰사고. 이 사고의 공통점은 인재人災다. 그런데 여기엔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작은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는 거다. 공무원들은 주민의 ‘민원’을 흘려들었고, 정부는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방치했으며, 회사는 출항 전 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거대 담론이 아니다. 해병대캠프 실종사고, 경주리조트 붕괴사고, 세월호 침몰사고가 안고 있는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3대 사고의 공통점은 인재人災다. 인간에 의한 재난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엔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작은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는 거다. 실제로 그랬다. 공무원들은 주민의 ‘민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고, 정부는 공사 공법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은 ‘보고서’를 방치했다. 회사는 출항 전 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1등 항해사의 ‘경고’를 무시했다. 사고발생 직전 민원이나 경고가 있었지만 이런 이상 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지난해 7월 18일 발생한 태안 해병대캠프 실종사고를 떠올려보자. 이 사고의 이면엔 민원을 귀 기울이지 않은 공무원들의 늦장대응이 있다. 사고발생일로부터 2개월 전, 태안군청에 민원이 접수됐다. 태안에 살고 있는 주민 김씨가 해양유스호스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해양유스호스텔은 공주사대부고와 캠프 계약을 맺은 업체다.

그런데 사고발생 이후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여성가족부와 태안군청 간의 민원처리가 빨라진 것이다. 7월 23일 태안군청이 여성가족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그 다음날인 7월 24일 여성가족부가 민원인에게 “안면도 유스호스텔에 대한 시정명령, 허가 또는 등록취소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자료요청 공문을 주고받는데 7일을 할애한 공무원들이 사고 이후 이틀 사이에 민원을 처리한 것이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민원이 있었지만 정부가 늦장대응으로 일관했고, 사고가 발생하자 서둘러 민원을 처리한 셈이다.
해병대캠프 실종사고의 원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방만한 행정처리, 만연한 안전불감증, 허술한 안전관리 등이 사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병대캠프 실종사고는 공유수면 점용ㆍ사용 허가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공유수면 점용ㆍ사용 허가는 바다ㆍ하천ㆍ호수 등 국유의 수류를 이용하기 위해 관리청의 승인을 받는 것이다.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훈련을 받다가 사고가 난 곳은 해양유스호스텔과 백사장해수욕장 사이에 위치한 해안가였다. 훈련이 이뤄진 해안은 해양유스호스텔을 등지고 왼쪽 방향이다.

이는 해병대캠프 실종사고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 2월 16일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리조트 붕괴사고는 정부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무대책으로 일관한 데서 비롯됐다. 새정치연합 이미경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제안을 접수하고도 8년이나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한국강구조학회는 ‘군산항 5부두 임항창고 붕괴 원인 조사연구 보고서’를 국토해양부(당시)에 보고했다.
민원ㆍ경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보고서는 당시 군상항 5부두 임항창고 붕괴 원인으로 ‘PEB 공법’을 지목했다. PEB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대안을 담았다. PEB 공법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는데, 임시건물이나 창고를 지을 때 유용하다. 당시 정부는 PEB 공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설계기준과 지침을 만들 수 있는 입법례가 없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방치했다. 건축물이 지켜야 하는 하중 기준이 마련됐는데 굳이 PEB 공법에 대해서 별도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였다.
그렇지 않았다. 정부의 판단과 달리 PEB 공법으로 시공된 건축물은 붕괴 사고를 자주 일으켰다. 특히 겨울철이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스티로폼으로 벽을 채운 탓에 매년 증가하는 눈의 양과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경주리조트 붕괴사고가 터지기 직전인 올 2월 11일 경주시 북구동 계림초등학교 강당 지붕이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고, 2월 12일엔 경주시 황성동 용강공단 내 자동차부품 공장의 지붕 일부가 무너졌다.

원가절감을 위해 애초에 체육관을 부실하게 시공한 것도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경주시에 따르면 주기둥과 보 등 일부 자재가 강도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H빔 대신 무게를 줄인 철골을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경주리조트는 시공안전과 관련된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경주리조트 참사 뒤엔 보고서를 허투루 여긴 정부의 무대책과 부실공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1등 항해사와 직원들의 경고를 묵살했다. 이유가 있었다. 더 많은 화물을 실어야 화물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지난해 3월 15일 운항일부터 사고 당일인 올 4월 16일까지 인천에서 제주까지 241차례 운항했다. 그중 139차례가 과적운항이었다.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직원의 경고와 승객의 안전상태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돈벌이에 밀려난 안전의식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