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품, ‘스마트카 악셀’ 밟다
작은 부품, ‘스마트카 악셀’ 밟다
  • 박용선 기자
  • 호수 92
  • 승인 2014.05.19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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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산업 키워야 하는 이유

▲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는 전세계 자동차 전방 카메라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의 성장이 눈부시다.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스마트카 등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국내 부품업체는 완성차업체에 묶여 기술력 향상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성장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2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 서울호텔에서 ‘2014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는 그린카와 스마트카(자율주행 자동차)다. 이런 미래형 자동차를 구현하기 위해선 완성차업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부품업체의 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동차를 조립ㆍ생산하는 것은 완성차업체지만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곳은 부품업체다. 부품업체의 기술력과 품질을 높여야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좋은 부품업체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해외의 경우엔 부품업체의 성장세가 눈이 부실 정도다. 2002~2012년 세계 10위 글로벌 ‘톱(Top) 10’ 부품업체의 합산매출은 무려 79% 증가했다. 완성차업체 글로벌 톱 10의 성장률(43%)의 약 2배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에 나서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부품업체인 보쉬는 지난해 매출 대비 9%를 R&D부문에 투자했다. 완성차를 포함해 자동차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60억8500만 달러(26조6458억원)로 전년에 비해 6% 증가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국내 부품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완성차업체와의 수직적인 납품관계 때문에 부품업체 스스로 기술적으로 자립하기엔 한계가 있다. 완성차업체의 지속적인 가격 인하 압박으로 부품업체가 R&D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R&D 상황을 보면, 완성차업체에게 지원받는 부품업체가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70% 부품업체가 스스로 R&D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R&D 규모마저 해외기업에 비해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상위권에 있는 부품업체 대부분이 완성차업체의 계열사다. 독립적인 부품업체가 성장해야 하는데, 국내 현실에선 힘들다는 얘기다.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중소 부품업체가 주도하는 형태로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완성차-부품업체로 이어지는 산업구조를 수평 분업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중소부품업체의 R&D 과제를 지원하고 해외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 부품업체’ 수평적 관계 구축

선우명호 한양대 경영부총장(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 역시 자동차 회사와 부품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업체와 완성차업체가 동등한 위치에서 동반자 관계로 함께 성장하는 자동차산업 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부품업체가 글로벌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계속해서 공급하기 위해선 품질이 뒷받침되는 것은 기본이다.”

국내 부품업체의 기술력은 아직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신광근 현대모비스 이사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카메라 센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카메라 센서를 만드는데 필요한 일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해외의 경우 중소ㆍ중견기업이 카메라 센서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부럽다. 우리(현대모비스)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기본적인 요소 기술을 갖춘 중견기업이 많아야 하는데,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2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 서울호텔에서 ‘2014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자동차부품연구원 제공]
신광근 이사는 롤모델로 이스라엘의 ‘모빌아이(Mobileye)’를 꼽았다. 모빌아이는 스마트 카메라 기술을 응용한 차량 충돌방지시스템 개발업체다. 전세계 자동차 전방 카메라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다. 벤처에서 시작했고, 카메라 개발에 집중해 현재 자리에 올라섰다. 이런 부품업체가 국내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를 보면, 대기업이 주는 품목을 제조하거나 이에 대한 R&D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이제는 스스로 강력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 이사는 “대기업이 이제는 모든 부품과 기술을 개발하기엔 역부족이라서 이제는 중소기업이 스스로 R&D에 신경 써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을 다시한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 위해 R&D 강화해야

특히 국내 부품업체들은 스마트카(자율운전 자동차) 등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에 맞춰 R&D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운전자 안전 지원 시스템은 일반 옵션에서 시작해 의무화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평균 120만~130만명에 달한다. 졸음ㆍ휴대전화 사용 등 운전자 부주의가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운전자가 운전 중 실수를 하면 자동차가 방지해 안전성을 높이는 게 미래 자동차의 성장 방향이다.

긴급제동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이는 자동차가 운행 중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무언가가 도로에 튀어나오면 정지하는 안전장치다.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제동을 걸 수 있는 전기장치 기술이 필요하다. 긴급제동 시스템은 2018년 모든 차량에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업체가 미래 시장 변화에 대비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신 만도 사장(최고기술경영자ㆍCTO)은 “각종 센서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센서를 가지고 어떻게 컨트롤할 것이냐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만도뿐만 아니라 국내 부품업체에 주어진 과제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기술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말을 이었다. “정부와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거나 경쟁자와 함께 공동 개발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동시에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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