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동의 Inno-Process
A사의 장점은 중소기업으론 드물게 탄탄한 기술력, 자체 브랜드, 소비자와 유기적인 마케팅 등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사양화에 접어든 사무용품업체에서 첨단 디지털 장비업체로 변신한 A사의 성공비결을 살펴봤다.

사양산업 굴레, 혁신으로 벗어나
A사처럼 해외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경쟁력으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기 어려운 데다 시장 지배력을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중소기업이었던 A사에 시장이 찬사를 보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사양산업이라는 조롱을 받던 사무용품업체가 첨단 디지털 장비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A사의 성공비결은 탄탄한 기술력, 자체 브랜드(제품), 독특한 마케팅이다. 이를 통해 A사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캐드캠이 일반화되자 수작업으로 하던 제도판은 업계에서 사장되기 시작했다. 이는 출력기기 역시 캐드에 맞는 장비로 바뀌어야 함을 의미했다. 이를 주목한 A사는 옥외광고용 디지털 프린팅 기계인 잉크젯 프린터 개발에 착수했고, 세계 최초로 1.6m급 중소형 프린터를 출시했다. 커팅플로터는 국내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일본ㆍ미국 등에서 수입하던 것을 국산화하면서 대체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대형 잉크젯 플로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A사는 일본이 주도하는 옥내 광고시장을 피해 중형 잉크젯 플로터 시장을 겨냥했다. 중형 잉크젯 플로터 시장은 버스ㆍ지하철ㆍ빌딩ㆍ윈도우ㆍ비행기 등에 달린 광고판을 커버할 수 있다.

이 회사 CEO의 혁신 마인드는 ‘시장에 패자부활전은 없다’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열기구’ 이론인데, 내용은 이렇다. “열심히 불을 지펴 하늘로 띄운 열기구에 올라타 자연경관에 심취해 불을 지피는 것을 잊으면 열기구는 서서히 내려앉게 된다. 지면에 가까워서야 위험을 감지하고 불을 붙여도 이미 때는 늦어 추락하고 만다.”
기술력ㆍ제품ㆍ마케팅 삼박자 갖춰
이런 CEO의 마인드를 바탕으로 A사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공급자관리ㆍ재고관리ㆍ생산관리ㆍ재무관리ㆍ매출관리ㆍ고객관리는 물론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일정관리, 연구성과 등록ㆍ관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A사는 기술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지식경영의 틀을 마련했다. 평범한 국내 사무용품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mdchoi2@konkuk.ac.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