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 지불하고 재산 받을텐가
형제애 지불하고 재산 받을텐가
  •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 호수 92
  • 승인 2014.05.15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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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상속 분쟁은 금액보다는 분배의 불평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뉴시스]
얼마를 소유했는지, 얼마를 물려받았는지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잊을 만하면 상속다툼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원래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 여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남편과 미국에 살고 있고, 시아버지는 우리나라에서 10년 전에 재혼했다. 그런데 최근 시아버지가 치매증상이 심해지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그래서 국내에 들어 왔는데, 재산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확인했더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새어머니가 시아버지 명의의 아파트와 모텔을 본인의 명의로 바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물어 왔다.

얼마 전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상속자들’이라는 청춘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부잣집 남학생이 가난한 여학생을 진실로 사랑하는 모습에 끌린 건 그런 얘기가 실제론 흔치 않아서일 것이다. 얼마를 소유했는지, 얼마를 물려받았는지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은 그만큼 다르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 죽어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시대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태어났다면 삶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말콤 그래드웰이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재능도 중요하지만 특별한 기회와 문화적 유산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에 수긍한다. 많은 이들이 무엇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느냐가 재능과 노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속이란 어떤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상의 권리ㆍ의무가 다른 일정한 사람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고대 로마인들은 유언을 통해 재산을 누군가에게 물려주기는 했지만, 자식이나 가까운 친지의 상속권을 인정하진 않았다. 자식 등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속권을 부여한 게 처음부터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민법이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유산의 분배를 둘러싸고 가족 간 불화가 생기기 일쑤다. 원인 대부분은 분배가 불공평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듯하다. 최근 대한민국 대표기업 창업주의 자녀들 간의 상속소송이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 중 본인 몫을 돌려 달라며 장남이 3남을 상대로 벌인 것이다. 결국 불공평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필자의 고객 중 한분은 어머니로부터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 그러나 형제들 간 분쟁으로 소송까지 진행하는 아픔을 겪었다. 어머니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그 대가로 형제간의 우애를 지불한 셈이다. 전화를 걸어왔던 그 부인이 한참 후에 남편과 사무실에 도착했다. 필자는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식들이 즉시 취할 법적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함께 대화를 나눴다.

한참 후 내린 결론은 새어머니의 입장이 돼보자는 것이었다. 아마도 아버지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자신의 처지가 불안했을 것이고 무엇이라도 확보해두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것이니 이해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부모의 나이가 많아지면 대부분의 자식은 부모의 재산을 내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원래 내것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생각만 갖는다면 상속재산을 둘러싼 형제간의 다툼은 없을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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