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감동에 인색하다
소비자는 감동에 인색하다
  •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 호수 91
  • 승인 2014.05.1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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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왕섭의 Brand Speech

▲ 스마트폰과 앱을 이용한 쇼루밍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성능ㆍ품질ㆍ기능ㆍ감성을 두루 갖춰야 강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누군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를 말한다. 그러면 여러분은 십중팔구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엔진에 그 브랜드를 검색할 것이다. 유명인을 쓴 광고만으로 브랜드를 팔던 시대는 가고, 제품성능과 품질까지 완벽하게 갖춰야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다.

30대의 홍길동씨는 노트북을 새로 장만하려고 한다. 백화점이나 할인 매장을 방문해 전시된 제품들을 자세히 살펴본 홍길동씨는 곧바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꺼내 가격비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알아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쇼루밍(Showrooming)족이다. 쇼룸(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는 다른 곳에서 하는 거다.

웹 환경의 발달로 소비자는 매장에서 제품과 가격을 확인해 본 후 인터넷 검색으로 더 저렴한 판매처를 찾아다닌다. 스마트폰과 가격비교앱의 증가는 탐색비용을 대폭 줄여줬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보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가격비교앱을 실행하기만 하면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가 된다. 스마트폰이 하드웨어 역할을 하고, 가격비교앱이 양질의 데이터베이스와 편리한 검색기능을 제공하면서 쇼루밍족을 증가시킨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브랜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몇가지 단서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휴리스틱 정보처리 방식(Heuristic Information Processing)과 체계적 정보처리 방식(Systemic Information Processing)이다. 휴리스틱 정보처리 방식은 제품을 선택할 때, 성능ㆍ디자인ㆍ사이즈ㆍ내구성과 같은 제품의 본질적 단서보다 브랜드ㆍ원산지ㆍ제조회사ㆍ판매장소ㆍ가격ㆍ나이ㆍ진입순서 등과 같은 비본질적 단서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반면 체계적인 정보처리 방식은 본질적 단서를 중심으로 면밀하게 검토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체계적 정보처리 방식보다 휴리스틱 정보처리 방식으로 브랜드를 선택해왔다. 브랜드 전략을 말하는 필자도 사양이나 성능보다는 브랜드나 제조사에 끌려 고가의 노트북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브랜드가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도, 기업이 강한 브랜드를 만들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진화와 대중화는 소비자의 정보처리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홍길동씨의 사례에서처럼 본질적 단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체계적 정보처리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생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아니다. 소비자들이 삼성 ‘아티브(Ative)’ 노트북을 ‘삼성’ ‘대기업이 주는 신뢰’ ‘편리한 AS’라는 비본질적 단서로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스마트폰을 통해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 ‘최대 8.5시간 지속 배터리’ ‘22.8㎜ 두께’ ‘다이아 커팅 디자인’ 등의 본질적 단서들이 더해지면 ‘아티브’의 경쟁 우위는 더 강력해진다.

또 제품 속성과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동등한 수준이라고 하면 유통 채널에서 자주 접했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가진 ‘삼성’ 곧 비본질적 단서로 구매할 확률이 높다. 브랜드는 비본질적인 요소지만 구매시 ‘방아쇠(trigger)’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본질적 단서와 비본질적 단서를 모두 담고 있는 브랜드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은 감성 기반의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제품의 성능ㆍ품질ㆍ기능 등 본질적 단서까지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본질적ㆍ비본질적 단서 모두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담아 낼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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