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 흔드는 ‘엔저’
‘엔저’가 자동차 시장의 지각을 흔들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속질주를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도요타ㆍ닛산ㆍ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해 4~12월 실적은 크게 늘어났다. 일본 자동차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위협이 될 만하다.

도요타는 그 기간 영업이익 1조8560억엔을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126.8% 늘어났다. 영업이익 중 43%인 8000억엔이 엔저효과로 얻어진 것이다. 혼다ㆍ닛산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2%, 11.7% 증가했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빅3 업체의 경우, 영업이익 중 환차익 비중이 50~60%에 달해 엔저에 따른 수익성 증가가 뚜렷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엔저를 활용해 미국ㆍ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가격인하,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가격경쟁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닛산은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에 근접했던 지난해 5월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2.7~10.7% 인하했다. 도요타도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 시장에서 모델당 평균 2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 결과, 2012년 7월 도요타 캠리와 현대차 쏘나타의 실제 구매가격 차이가 1700달러였지만 지난해 12월 192달러까지 축소되는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혼다는 올해 1월 인도시장에서 상품성을 개선한 신형 시티를 구형 대비 1만 루피(약 17만원) 저렴하게 출시, 현대차의 베르나와 가격 격차를 축소했다. 닛산은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동급 최대 사이즈와 우수한 상품성을 갖추고도 현대차 쏠라리스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한 신형 알메라를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높다”며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엔저를 활용한 가격경쟁력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함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부문의 한ㆍ일 수출 경합도는 0.707이다. 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같은 품목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며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성장 기반이었던 신흥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에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은경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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