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이 고령친화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국가가 갈수록 늘어나서다. 당연히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 소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노령자 치료의 부작용을 크게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BT, NT와 IT의 기술융합이 각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연물식약물은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보조치료제 정도로만 인식됐다. 지금은 다르다. 언급했듯 고령화 시대와 맞물리면서 합성신약과 대등한 의약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녹차에 추출한 천연물질로 생산한 천연물의약품 1호인 미국의 베러겐(veregenㆍ생식기 사마귀 치료제)은 연 1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장률은 연평균 158%나 된다. 에이즈 환자의 설사치료제 풀리작(Fulyzaq)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최초로 받았다. 연 1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중이고, 천연물의약품 시장에서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01년부터 천연물 신약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한편에선 ‘성과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따지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난 10년간의 투자로 천연물 신약개발의 기술은 눈부시게 향상됐다. 특히 천연물을 활용한 임상지식이 풍부해졌다. 천연물 신약개발에 도움을 준 건 정부투자만이 아니다. 동의보감도 한국의 천연물 신약개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의 선인들은 특유의 ‘신약동원食藥同源’ 의식에 따라 여러 약용식물을 질병치료에 이용하거나 건강보전을 위한 음식으로 섭취해 왔다.
지난해 카이스트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사업단)이 출범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2022년까지 총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사업단에 투자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게 사업단의 포부다. 사업단이 천연물 신약소재나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성 식품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성과를 산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천연물신약사업단과 바이오푸드네트워크 등 국내 관련 기관과의 협력관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유럽 ITFoM (IT Future of Medicine)과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FDA에서 활동 중인 재미 한인과학자와 협력해 연구 성과의 사업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사업단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표준화된 인체적용 시험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아직은 초기단계에 있는 세계천연물연구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적 창출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시험기술을 확보하면 맞춤형 천연소재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한마디로 한국이 바이오 소재 산업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사업단의 도전은 시작됐다.
MINI Interview
이도헌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단장
“융합ㆍ원천기술은 이슈 해결하는 도구”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효능이 알려진 천연물 소재가 많다. 하지만 상당수 소재는 과학적인 작용 원리가 규명되지 않아 정식의약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동의보감사업을 통해 경험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전통천연물을 첨단 바이오기술로 재해석하고 연구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특히 전통 천연물을 이용한 융복합 원천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 과학적으로 규명이 덜 된 천연물 소재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제품 중 하나가 홍삼인데 약효가 규명되지 않아 의약품이 아닌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산 인삼과 경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거다.”
✚ 한국 천연물 소재분야에서 주요연구대상은 무엇인가.
“한의학에서 다루는 약재나 처방의 기반은 대부분 천연물이다.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이 다루는 소재들은 자연스럽게 한의학 물질이 주요 연구대상이다.”
✚ 사업단이 출범한 지 1년여가 흘렀다. 어려움은 없었는가.
“전통지식과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방향에 대해 수많은 전문가들과 논의를 했다. 그 결과, 기술적 독창성, 경제적 가치창출, 사회적 파급성을 인정받았다. 그래서 연구사업의 성공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 과학계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융합ㆍ원천기술은 사회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방안이다. 그래서 융합ㆍ원천기술은 기술 분야를 뛰어넘어 문화ㆍ사회ㆍ법 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광의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융합연구 촉진에 필요한 인력양성, 융합기술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박병표 더스쿠프 기자 tikitiki@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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