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선언한 KB금융그룹 두 CEO

CEO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다. CEO의 능력이나 이미지 때문에 기업의 명운이 뒤바뀌는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금융권 CEO도 예외가 아니다. 각종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CEO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새 수장을 맞이했다. 지난해 7월 12일 취임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7월 19일 취임한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두 사람이다. 하지만 둘은 금융업계 침체, 대형 금융사건에 휘말리면서 ‘시련의 계절’을 보냈다. KB금융그룹을 대표하는 새 수장들은 어떤 성적을 남겼을까.

하지만 시련은 외부에서 시작됐다. 일본 도쿄東京지점에서 벌어진 ‘부당대출사건’이 시련의 신호탄이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1700억원대의 부당대출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챙긴 수수료가 비자금 조성에 사용됐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본점 주택기금 직원이 2010년부터 만기가 다가오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여억원을 횡령한 사건과 부당 이자 환급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리딩뱅크’의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1조원대의 허위예금입금증ㆍ현금보관증ㆍ대출예정확인서 등을 발급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올해 2월부터 지점 또는 법인인감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명판ㆍ직인ㆍ사인을 날인해 허위사실을 확인해 줬다. 발급한 허위 확인서는 ‘예금입금증 4건(3600억원)’ ‘현금보관증 8건(8억원)’ ‘임금예정 확인서ㆍ지급예정 확인서ㆍ문서발급예정 확인서ㆍ대출예정 확인서 등 10건(6101억원)’ 등이다. 특히 이 사건은 이 행장이 취임한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이 행장을 비롯한 KB국민은행 경영진의 내부통제가 여전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온순한 성품’으로 알려진 이 행장이 최근 강력한 쇄신작업을 공언한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강력한 쇄신안, KB금융 구할까

이 행장만큼은 아니지만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도 가슴앓이를 꽤 했다. KB국민카드 정보유출 책임 문제와 내부통제 문제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KB금융지주의 문제를 ‘파벌’에서 찾은 듯하다. 최근 KB금융의 ‘줄서기 인사’를 척결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혀서다. 국민ㆍ주택은행 출신의 평등주의 인사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인적네트워크와 채널중시인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직급의 정기인사를 ‘원샷’에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감사시스템도 정비한다. 사고신고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계열사 제보채널 외 독립성이 강한 지주사 감사부와 외부제보채널을 새로 만든다.
이처럼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시련의 계절’을 함께 보냈다. 그들이 취임한 이후 KB금융그룹의 실적은 떨어지고, 비리사건은 고구마 줄기 따라오듯 줄줄이 터졌다. 이 때문인지 두 CEO는 새로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비리척결과 조직문화쇄신이 눈앞에 놓인 과제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두 CEO는 ‘불운하고 능력 없는, 그리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게다. 이들이 실적부진보다 조직문화쇄신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의 실적부진은 2차적인 문제가 됐다”며 “워낙 비리사건이 많이 터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B금융의 첫째 과제가 신뢰회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두 CEO는 조직문화 쇄신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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