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의 핵심무기 ‘미유아이(MIUI)’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조사가 가진 한계는 공교롭게도 ‘안드로이드’다. 제품의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술 평준화로 하드웨어 경쟁이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제조사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소프트웨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은 제조사도 있다. 탁월한 하드웨어와 우수한 소프트웨어로 시장을 홀린 ‘샤오미’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의 펌웨어 미유아이(MIUI)를 갖고 있다. 펌웨어는 샤오미 자체 소프트웨어다. 미유아이는 샤오미와 사용자가 소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구조는 이렇다. 샤오미는 미유아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을 운영한다. 2000만명이 넘는 샤오미 사용자가 미유아이에서 액세서리를 구매하고, 앱을 내려받는다. 애플로 치면 앱스토어인 셈인데, 그 규모가 앱스토어 못지않다. 2010년 8월 출시한 미유아이 앱 마켓은 1년 만인 2011년 10억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놀라운 건 미유아이에 대한 사용자의 충성도다. 미유아이 앱 마켓 가입자의 80%가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차이나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 사용자의 충성도는 6%로 애플(35.0%), 삼성전자(15.0%)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기업이 긴장할 만한 대상이다.

사용자 중심의 정책은 또 있다. 샤오미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 스마트폰에도 미유아이를 제공한 것이다. 샤오미는 삼성전자ㆍ레노버ㆍ화웨이ㆍHTC 등 9개 브랜드 스마트폰을 포함한 200여개 단말기에 적합한 미유아이를 제공한다. 그 결과 3000만명의 미유아이 사용자 중 1000만명은 다른 단말기 사용자다. 미유아이가 샤오미 사용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잠재적인 사용자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눈은 샤오미의 행보에 쏠린다. 샤오미가 독자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샤오미는 그동안 미유아이를 통해 축적한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박성민 코트라 무역관(중국 광저우)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샤오미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미유아이를 통해 샤오미의 소프트웨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잠재적인 수요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OS 개발로 생태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샤오미는 독자적인 OS 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T전문지 테크인아시아는 샤오미가 지난해 4월부터 독자 모바일 OS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눅스 기반으로 내부 브라우저 안에서 다양한 앱이 구동하는 방식이다. 올해 샤오미 스마트폰 차기작 ‘MI4’와 함께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샤오미가 ‘핵심무기’를 꺼낼 날이 멀지 않았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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