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샤오미를 하드웨어 업체라 했나
누가 샤오미를 하드웨어 업체라 했나
  • 김건희 기자
  • 호수 88
  • 승인 2014.04.17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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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로고 MI에 숨은 의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小米가 글로벌 IT업계를 흔들고 있다. 한때 ‘애플의 짝퉁’ 쯤으로 인식되던 이 기업이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샤오미가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하드웨어 대신 콘텐트를 팔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얻는다. 시장을 홀린 샤오미의 비결을 살펴봤다.

▲ 샤오미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중국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린빈 샤오미 공동창업자. [사진=뉴시스]
샤오미小米하면 ‘중국의 애플’이 떠오른다. 업계 안팎에서는 ‘짝퉁 애플’이란 말도 서슴없이 나온다. 괜한 말은 아니다. ‘1년 1모델’ 신제품 출시 전략부터 공개 직전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 방침까지 애플의 전략을 대놓고 베껴서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장이 샤오미의 전략을 ‘애플 따라하기’라고 평한 이유다.

샤오미의 전략은 애플로부터 고스란히 가져온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샤오미는 성능이 우수한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하면서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한다.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 애플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화웨이 스마트폰 어센드 P6의 가격은 2700위안(약 45만7596원), 샤오미 스마트폰 홍미는 800위안(약 13만5592원)이다. 두 제품의 가격은 무려 3배 넘게 차이난다.

 
샤오미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은 뭘까.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난해 9월 린빈林斌 샤오미 공동창업자가 밝힌 얘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일 뿐 하드웨어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다만 단말기를 구입한 사용자가 샤오미의 서비스를 사용하길 바란다. 서비스가 샤오미의 수익 창출원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린빈의 말은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다. 2012년 9월 킨들 파이어 태블릿을 출시한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은 킨들 하드웨어 자체로 이익을 내지 않는다. 대신 전자책ㆍ비디오 등 콘텐트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아마존은 성능이 뛰어난 태블릿을 출시하면서 애플 아이패드나 삼성전자 갤럭시탭 등 경쟁 제품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출시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의 전략에 대해 “하드웨어를 통해 이익을 올리는 삼성전자와 아마존의 접근법은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혹자는 이런 평가에 대해 ‘하드웨어에서 포기한 손익은 어떻게 메우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른다. 방법이 있다. 하드웨어를 원가 수준으로 판매해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후 서비스와 콘텐트를 팔아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른바 ‘에이전트 가격 전략’이다. 하드웨어가 서비스 확산을 위한 촉매제이자 서비스의 유통채널인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교차보조’라고 하는데, 높은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지원해 격차를 상쇄하는 것이다.

짝퉁 애플 샤오미의 모델은 아마존

샤오미 역시 교차보조를 활용해 스마트폰의 손익을 만회한다. 린빈 공동창업자는 샤오미의 사업모델을 설명하면서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라는 표현을 적지 않게 사용한다. 트라이애슬론은 하드웨어(스마트폰), 소프트웨어(MIUI), 인터넷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 중 인터넷 서비스는 스마트폰ㆍ액세서리ㆍ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상거래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미톡(MiTalk)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샤오미의 전략을 이렇게 분석했다. “샤오미에 하드웨어는 인터넷 서비스를 전달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반대로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판매되는 액세서리, 게임, 앱 등은 샤오미의 수익 창출원이다. 현재 샤오미의 인터넷 서비스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마존과 같은 교차보조 사업모델이다.”

샤오미는 하드웨어 기업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라는 얘기다. 샤오미의 로고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샤오미 로고는 ‘MI’다. 여기에 샤오미가 지향하는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 기업이 담겨 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샤오미가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지향하지만, 매출 규모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분야에서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 샤오미는 사용자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한다. 샤오미가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비결이다. [사진=뉴시스]
그럼 샤오미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진짜 비결’은 뭘까. 해답은 샤오미의 유통구조에 있다. 샤오미는 온라인 유통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하긴 하지만 철저히 체험매장으로 운영한다. 제품을 살 수 있는 건 하드웨어가 아니라 액세서리나 배터리팩 등이다. 여기엔 샤오미 나름의 사정이 있다. 오프라인 유통은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사가 장악하고 있어 신생업체가 뛰어들 여지가 없어서다.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유통비용은 판매 가격의 40%에 달한다. 온라인 유통의 경우 비용이 판매 가격의 20% 수준이다. 여러모로 오프라인 유통은 신생업체인 샤오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일찌감치 눈치챈 샤오미는 온라인 유통을 고집했고, 유통 비용을 더 절감하기 위해 외부 온라인 유통이 아닌 자체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는 물량의 80%를 자체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했다. 외부 온라인 유통과 비교하면 샤오미는 10분의 1 수준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것이다. 샤오미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샤오미의 온라인 유통은 다양한 이용자를 확보하는 원동력이 됐다. 온라인 유통을 통해 이용자에게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를 촉진하며, 피드백을 받은 후 이를 서비스에 반영해 다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샤오미가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차별화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양한 이용자를 확보만 하는 게 아니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새로운 이용자에게 신제품을 파는 데 주력하고, 기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소홀한 점을 감안하면 샤오미의 이런 전략은 의미가 남다르다.

온라인 유통으로 비용 절감

샤오미의 둘째 비결은 ‘충성도 높은 고객의 확보’다. 이를 위해 두가지 마케팅을 활용하는데, ‘헝거 마케팅’과 ‘고객 참여형 마케팅’이다. 샤오미의 온라인 유통을 살펴보면 소셜커머스와 비슷한 점이 많다. 20만~30만대의 한정된 물량을 제한된 시간에 경쟁사보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 지난해 11월 샤오미는 스마트폰 주력모델 MI3를 출시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판매했는데, 10분 만에 15만대를 팔아치웠다. 헝거 마케팅의 효과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다. 헝거 마케팅은 수요량 10개의 상품이 있다면 모두 내놓지 않고, 7~8개만 내놔 상품 부족 상태를 만들어 소비자가 갖고 싶은 물건이 없으면 더 갖고 싶게 만든다. 헝거 마케팅을 활용하면 즉시 구매가 이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샤오미는 헝거 마케팅을 활용해 생산과 재고를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생산ㆍ재고 관리는 제조업체에게 어렵고 까다롭다. 정확하게 판매를 예측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재고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판매 예측이 빗나가면 다른 제품의 생산이나 판매에 차질을 빚는다.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샤오미가 즉시 구매를 촉진하는 헝거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사보다 5~10% 비용을 절감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도 헝거 마케팅이 가진 장점이다. 레이쥔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종종 강조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통해 입소문 내는 것이 유일한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 샤오미는 블로그 ‘샤오미 뒷마당’ ‘MIUI 포럼’ 등을 활용해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여기서 언급된 내용 중 일부를 매주 금요일마다 소프트웨어인 MIUI(미유아이ㆍ펌웨어)에 업데이트한다. 그 결과,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충성도 높은 고객이 늘어난다.

샤오미가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구사하는 또 다른 마케팅은 ‘고객 참여형’이다. 이는 기존 마케팅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광고나 매스 미디어 마케팅은 다수를 대상으로 인지도를 확보해 구매를 유도하지만 고객 참여형 마케팅은 그렇지 않다. 이미 확보한 고객은 나름대로 관계를 강화하고, 일반 소비자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만난다. 고객 참여형 마케팅이 신생업체에 중요한 이유는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업체에 유리한 매스 미디어 중심의 마케팅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형 마케팅을 통해 적은 자원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 의견 제품에 적극 반영

자신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에는 마음이 열리게 마련이다. 소비자의 마음이란 게 그렇다. 샤오미는 이 전략으로 젊고 혁신적인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중심의 사업구조 또한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시장에서 샤오미 이용자는 애플이나 구글 사용자보다 2배 이상 앱을 다운로드하고, 엔터테인먼트 앱을 사용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협력업체와의 합작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샤오미만의 비결이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자사 공장이 없다. 이를 통해 샤오미는 관리비용을 절약하는 동시에 협력업체와의 합작을 이끌어낸다. IT업체 간의 동반성장을 지향하는 시너지 효과를 ‘무공장 시스템’을 통해 얻고 있는 셈이다.

 
창업 4년차에 접어든 샤오미는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샤오미의 스마트폰 매출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아직 성공이라 부르기엔 이르지만 샤오미의 사업 모델이 경쟁사와 차별화를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샤오미가 이용자의 근본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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