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산업에도 볕들 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이동하고 있다. 유가증권의 소형주 지수는 지난해 고점인 1588포인트를 넘어서 1600포인트 선을 돌파했다. 차익실현 욕구가 언제든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코스닥은 계속된 상승세에도 지난해 고점인 588포인트보다 30포인트나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론 지난해 고점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가격 부담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에서 이머징 시장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형주의 반등세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시장의 우려를 받던 중국 신용문제가 일단락된 것도 호재다. 여기에 3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비 5.2%나 증가한 497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경기 민감주의 반등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지금은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시는 예측한 대로가 아니라 청개구리식 혹은 럭비공식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하고 있는 대형주의 비중 확대와 함께 저평가 소형주의 추가적인 상승을 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 우려의 영향으로 중소형주를 향한 투자자의 일반적인 시각은 ‘성장 스토리’에 모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종목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페인트ㆍ가구ㆍ축산ㆍ시멘트ㆍ방직산업 등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철저하게 소외됐던 사양산업이 지난해부터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과하게 저평가된 사양산업 종목
이런 재평가 흐름은 상당 기간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첫째, 지난 2년간의 이익 정체흐름과 중국을 시작으로 나타난 이머징 국가의 경기침체 우려 등은 불확실성이 높은 수익가치보다는 유형의 자산가치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익 개선 모멘텀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이런 시장구도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둘째, 사양산업 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에 중국은 신시장이라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성장 경로가 우리와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 제품에 약간의 변화만 줘도 성장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한류 영향으로 과거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크다.

자사주 재평가 과정에선 저평가 종목에 대한 투자와 보유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특히 재평가 과정에 돌입한 종목의 경우 이익 개선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을 경우 주가 상승 모멘텀이 지속되는 경향이 강하다. 사양산업 내 주요 종목의 주가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상승세가 다른 사양산업내 저평가 종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장의 흐름을 생각할 때 투자자는 사양산업에서 업계 구조 개편ㆍ설비투자ㆍ효율성 개선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진 업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공산이 크다. 대표적인 사양산업이었던 시계를 주력으로 했던 로만손이 주얼리로 돌파구를 모색하면서 시장에서 각광 받았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 내부적으로 자산주를 향한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매력도가 높은 종목은 주가가 탄력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hunseong@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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