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살리는 ‘아울렛 효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백화점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유통 애널리스트들이 콕 찍어 추천하는 종목이 있다. 현대백화점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잘 나가는 ‘아울렛 효과’가 기대돼서다. 풀 죽은 유통업계를 살리는 ‘아울렛의 힘’을 살펴봤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백화점 의류 매출총이익률(GP)은 30~35%인데 명품은 15% 내외라는 점이다. 팔아도 수익성이 그리 많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업계의 매출이 소폭 신장했지만 상대적으로 매출총이익률이 낮은 명품이 많이 팔렸다”며 “올 초 윤달효과로 인한 웨딩수요가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질적 성장 측면에서 봤을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올 1월에는 33개 매장 감축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월매출 보고서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지난해 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 3.0% 감소했다. 노드스트롬의 영업이익도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아울렛 업체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티제이엑스, 로스스토어,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등 대표적인 아울렛 업체들의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 아울렛 시장을 살펴보면 의류 부문에서 성장이 특히 두드러진다. 시장 조사기관인 NPD그룹에 의하면 2010년 5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의류구입을 위해 아울렛을 찾는 소비자는 17.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의류사업은 불과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미국 백화점 업계가 아울렛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교적 빨리 아울렛 시장에 뛰어든 노드스트롬은 올 봄에만 11개 아울렛(노드스트롬 랙)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국내 백화점

국내에서도 의류 소비 중 20% 이상이 아울렛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아울렛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교외형 프리미엄아울렛과 도심형아울렛을 잇달아 오픈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현대백화점이다. 서 연구원은 “아울렛 소비 급증의 저변에는 백화점 브랜드를 싸게 사고 싶은 욕구가 깔려 있다”며 “이런 욕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백화점 업체”라고 말했다.
그는 “이울렛 진출에 따른 실적기여도, 기존 사업의 안정성,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수혜주는 현대백화점”이라고 분석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아울렛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을 추천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아울렛 시장’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현대백화점을 추천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아울렛 진출로만 보면 가장 늦다. 하지만 늦은 만큼 가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아울렛과 복합쇼핑몰 5개점을 출점 계획을 갖고 있다. 일단 올 5월 한라건설이 운영하는 가산동 복합쇼핑몰 ‘하이힐’을 ‘현대아울렛 가산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위탁경영을 맡는다. 하반기에는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한다. 경기도 김포시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에 ‘프리미엄 아울렛’ 1호을 오픈하며 프리미엄아울렛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미국 아울렛 시장은 ‘호황기’
물론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아울렛의 마진은 높은 수준이 아니다. 기존 백화점 사업자의 영업이익률이 8~10%라면 아울렛은 3~6% 수준에 불과하다. 백화점과 비교해 마케팅 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백화점 3사가 아울렛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기존 백화점 수익을 일정 부분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상품이 겹치기 때문에 제살 깎아먹기 공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현대백화점이 아울렛 카드로 재미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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