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 투자기준 ‘美 국채금리’

글로벌 이머징마켓(GEM)으로 쏠리던 투자자본이 선진국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때문이다. GEM의 부진한 성장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는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투자 방향을 잡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연 투자지표로 삼을 만한 기준이 없을까. 미국의 국채금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미국 특히 연준은 증시보다 국채금리에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테이퍼링은 자동적으로 미 국채가격을 하락시키고,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채금리 상승은 미국의 부채를 늘려 재정위험도를 높인다. 미 연방정부가 지난해 셧다운되면서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우려를 불러일으킨 건 이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국채금리를 일정수준 이하로 낮출 수밖에 없어 국채가격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 여기서 미국은 ‘딜레마’에 빠진다. 테이퍼링이 진행될수록 국채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적어지고, 국채금리를 낮추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 정부가 세 번의 양적완화를 통해 부풀린 자산규모가 3조85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테이퍼링이 진행 중인 올해에도 4000억~5000억 달러의 추가적인 자산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금리를 낮추지 못하면 미 정부는 엄청난 부담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바로 글로벌 증시에 위기를 조장해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는 거다. 그래야 테이퍼링을 실시하면서도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이퍼링 언급 이후 인도ㆍ인도네시아ㆍ중국ㆍ아르헨티나ㆍ터키ㆍ우크라이나 등 신흥국에서는 각종 ‘위기’가 조장됐다. 이들 국가의 환율과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났고, 신흥국에선 자금이 이탈했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미 국채금리가 위험수위까지 오르면 미국은 ‘안전자산 선호’의 분위기를 조장하고, 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증시가 하락한다. 미 국채금리가 내려가면 위기는 사라지고, 국내 증시는 올라간다. 미 국채금리를 보면 박스권의 상승장과 하락장을 점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박스권 장세라 하더라도 미국 국채금리를 보면 최소한 투자시기는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성환 한화투자증권 올림픽지점 PB sunghwan.lee@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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