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LIG그룹은 LIG손해보험을 매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자원 회장과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LIG손해보험 지분 전량을 팔아 회사 경영권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총 1265만7866주(지분율 21.1%)다. 4월 3일 현재 주가(3만1600원)로 환산하면 약 39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4000억~5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LIG그룹의 LIG손해보험 매각은 LIG건설 기업어음(CP) 발행 사건으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보상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결정됐다. 구자원 회장과 두 아들은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로 2012년 말 재판에 넘어갔다. 하지만 구자원 회장이 기대한 만큼 재판 결과가 좋지 않았다. 2월 11일 항소심에서 구자원 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지만 두 아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본상 부회장은 1심 징역 8년에서 4년으로 줄었지만 무죄였던 구본엽 전 부사장은 징역 3년형을 받았다. LIG그룹 입장에선 총수 일가의 형은 크게 줄지 않았고, LIG손해보험만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구자원 회장의 두 아들 ‘실형’ 선고
LIG건설 사기성 CP 발행 사건에서 피해자 변론을 맡은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정률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구본상 부회장은 1심에서 8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집행유예는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구 부회장은 2년가량 구속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줄면 가석방으로 꺼내려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구본엽 전 부사장이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구자원 회장 측은 구본엽 부사장이 2심에서 유죄가 되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을 텐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일단 구자원 회장이 시간은 번 듯하다. 범LG가로부터 빌린 돈(약 2000억원)으로 피해자 보상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원 회장으로선 급박하게 LIG손해보험을 매각할 필요가 사라졌다. 가격협상을 충분히 하면서 원하는 매각가를 받아낼 수도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다음 시나리오를 이렇게 분석했다. “LIG그룹이 LIG건설 CP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LIG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고, ‘가격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매각을 접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LIG넥스원의 과제 ‘해외 진출’
사실 구자원 회장은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었다. 동생인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LIG건설 CP 문제로 구자준 전 회장이 경영진에서 빠졌고, 구자원 회장이 LIG손해보험 매각을 발표하며 경영에 복귀한 상황이다. LIG그룹 관계자는 “대주주인 구자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와 지주사인 ㈜LIG 경영진이 LIG손해보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며 “LIG손해보험 매각 철회설이 나돌았는데 아는 바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을 성장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LIG넥스원을 포함해 국내 방위산업체는 정부 의존도가 매우 높다. 반대로 말하면 정부의 수요가 끊기면 그대로 성장이 멈춘다는 것이다. 국내 방위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10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10%가 수출이고, 나머지 90%가 내수 부문으로 구매자가 모두 한국 정부다.
결국 LIG넥스원이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현재 LIG넥스원은 수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 미만이다. 전문가들은 LIG넥스원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국내 방위산업체가 지닌 구조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안영수 연구실장은 “LIG넥스원이 해외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선 진입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각국 정부에 어필 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싼 가격밖에 없다. LIG넥스원이 우선 제품을 싸게 밀고 난 후 품질이 입증되면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펼쳐야 하는데 첫 단추도 제대로 끼우질 못하고 있다.” 두 아들은 실형을 선고받고, 핵심 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매각해야 하며, 핵심계열사를 만들어야 할 처지에 몰린 구자원 회장. 그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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