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기대주 ‘NFC의 눈물’
2004년 노키아ㆍ소니 등 글로벌 기업이 기대주로 꼽은 기술이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이다. 이런 NFC 기능은 선보인 지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모바일 결제의 기대주에 머물러 있다. 현금과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기존 결제방식을 뛰어넘을 만한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시장은 NFC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결제로 양분돼 있다. NFC는 단말기 간의 거리가 10㎝ 이내면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비非접촉식 통신기술이다. 단말기에 NFC 기능을 탑재하면 상품대금 결제나 대중교통 요금을 모바일로 결제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이 NFC 모바일 결제의 성장을 예견한 이유는 뭘까. 2011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NFC 기능이 탑재된 단말기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은 NFC가 모바일 결제시장에 정착하는 원년을 2011년으로 본 셈이다.

하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첫째 요인은 ‘진부한 사용자 경험(UX)’에 있다. 시장조사기관이 언급한 NFC의 한계를 살펴보자. 2011년 가트너는 NFC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NFC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려면 최소 4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비자가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도록 설득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투자가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적인 결제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NFC 모바일 결제가 기존 결제방식을 대체할 만한 가치를 갖고 있느냐다. 현금과 신용카드 등 전통적인 결제방식과 모바일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거나 휴대전화 메시지(SMS) 인증을 통한 결제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NFC 모바일 결제는 이런 결제방식을 버리고 사용할만한 차별화된 특성이 거의 없다.
생각보다 높은 결제습관의 벽
결제정보처리업체(VAN) 관계자는 “NFC 모바일 결제가 기존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려면 그만한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 결제 시스템이 가진 편리성이나 포인트 혜택 제공 등 UX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독특한 UX로 NFC 모바일 결제만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NFC 모바일 결제에 대한 인식이 낮다. 2011년 6월 모바일 리서치기관 레트레보가 실시한 NFC 탑재 스마트폰 구매의향에 관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NFC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해 5월 구글이 NFC 모바일 전자결제서비스 ‘구글 월렛’을 출시한 점을 감안하면 NFC가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업결과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그해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명동지역 NFC 가맹점의 월 결제건수는 가맹점 당 10건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요인은 사업자 간 헤게모니 싸움이다. 시범사업에 실패한 사업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NFC 시장을 함께 넓히려던 계획을 접고 이동통신사는 이동통신사끼리, 금융사는 금융사끼리 뭉쳐 NFC 모바일 결제시장을 장악하려 했다.
실제로 KT는 2012년 모카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며 NFC 기술이 기반인 모바일 결제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엔 결제시스템 전문기업, 금융사, 유통사, 가맹점, 사회공헌단체 등 6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주도권은 KT에 있다. 이동통신사가 모바일 결제시장을 주도하려고 하자 금융권이 반격에 나섰다. 금융결제원과 국내 16개 은행은 지난해 뱅크월렛을 출시했다. 뱅크월렛은 은행에서 발급하는 현금카드와 충전형 선불카드인 뱅크머니를 스마트폰에 탑재한 것으로 KT의 모카 얼라이언스 대항마로 꼽힌다. 역시 NFC 기술이 기반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금융사 나름대로 NFC 모바일 결제시장을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와 대결구도를 형성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헤게모니 싸움하다 방향 잃어

“지금의 NFC 모바일 결제는 당시 모네타 모바일 사업 상황과 흡사하다. NFC 활용 단말기와 각종 서비스 등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다.” ‘실패했던 서비스와 차별화 없는 UX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영원한 기대주에 머물러 있는 NFC가 새겨들어야 할 점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