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얼린 소비세 인상
일본이 17년 만에 소비세를 올렸다. 이번 인상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경기가 더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증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국인이 ‘셀 재팬(Sell Japan)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일본 내수 관련 심리지표도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경기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는 직업군을 대상으로 일본 내각부가 조사·발표하는 경기관측지수(경기 Watcher지수)는 올 1월에 이어 2월에도 연속 하락했다. 이는 소비세 인상 전부터 소비심리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본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증시는 외국인이 이끈다.
3월 20일 기준 일본 현물이 거래되는 도쿄증권거래소 매매대금의 73%, 주가지수선물이 거래되는 오사카거래소 매매대금의 79%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반면 파생거래를 제외한 투자펀드·주식 등 금융자산에서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보유비중은 16.4%에 불과하다. 일본증시가 외국인에 의해 쥐락펴락되고, 그 결과 수급적인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12~2013년 외국인의 일본증시 매수액은 17조9500엔에 달한다. 지난해 매수액은 15조1200엔으로, 2002~2012년 순매수 평균(4조엔)의 네배 가까운 규모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로 닛케이225 지수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닛케이225지수는 2012년 22.9%, 2013년 56.72%의 연간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증시 57개 중 각각 13위와 4위를 기록하며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증시로 발돋움했다.
日 외국인, 차익 실현 나서
그런데 올해 들어 일본증시는 외국인 매매패턴 변화에 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초부터 지속적인 매도를 이어가며 시장의 하락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3월 둘째주에는 2002년 이후 최대 금액(주간 단위)인 9800억엔을 순매도해 단숨에 닛케이 평균을 1조4500엔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지난해 외국인 순매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신뢰도가 약화되고, 소비세 인상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는 주식·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당분간 일본 주식시장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아베정부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kmlee337@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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