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판도 바로미터

시장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런 속성을 제대로 읽지 못한 투자자는 ‘판돈’을 날릴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연초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증시 부진의 이유를 미국의 테피어링(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으로 받아들였다. 시장의 속성을 유동성 관점에서 본 것이다. 이런 시각이 옳다면 증시의 방향성은 유동성 관점에서 내다보는 게 맞고, 주식비중은 계속 줄여야 한다. 테이퍼링은 시작보다 종료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부정적 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커서다. 이런 관점은 불확실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2013년까지는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장의 포인트가 ‘유동성’에서 ‘경기’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변수의 대상은 미국ㆍ중국 G2다. 두 국가의 추세적인 경기회복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를 판단할 땐 추세보단 모멘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주목할 핵심지표는 G2의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다. 이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험적 주기를 감안하면 올 2분기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코스피는 G2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국내 증시 수급을 주도하는 외국인이 대외경기 모멘텀 변화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G2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대금 그래프 사이의 분산도를 그려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최근 2년간 국내 외국인 순매수와 G2 서프라이즈 인덱스의 상관관계수는 0.6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G2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좋아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초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이례적
외국인 매수세를 예상하게 하는 또 한가지 현상이 있다. 신흥증시 지수에 투자하는 가장 큰 상장지수펀드(EFT)인 iShares MSCI EM 추종 ETF 주식수의 추이다. iShares MCSI EM 추종 ETF 설정 주식수는 2월 21일을 기점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이후 추이를 살펴보면 설정 주식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도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2~4개월 추세가 유지되며 길게는 7개월까지 됐다. 신흥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MSCI EM 지수에서 16.1%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증시로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공산이 크다.
이제 G2 경기 모멘텀 회복 여부를 미국과 중국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미국은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 반등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반등 가능성이 크다. 이는 ISM 제조업 지수와 설문조사 응답 시기가 가장 유사한 캔사스와 리치몬드 연준 지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대답 기간이 유사해 제조업 경기 심리를 미리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발표된 3월 캔사스와 리치몬드 지수는 반등했다. 2010년 이후 ISM 지표가 두 지표의 평균보다 좋게 발표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3월 ISM 제조업 지수도 1~2월의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는 수출 경기를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 수출 경기 회복이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2월 수출 지표는 최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2월 무역 지수는 사상 두번째로 큰 적자를 기록했고 경기 둔화 우려까지 발생했다. 중국의 수출 경기는 한국 수출 증가율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중국 수출과 한국 수출이 비슷한 추이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수출은 반등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27일 이례적으로 3월 20일까지 집계된 수출데이터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3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8.2% 증가했다. 이런 흐름이 월말까지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중국의 3월 수출도 4.0%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과 중국의 PMI 개선폭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2분기 미국과 중국의 PMI가 지난해 4분기 가장 낮은 수준인 56.6, 51.0까지 반등한다고 가정하면 G2 합산 PMI는 3.6포인트 상승한다. 이를 G2 PMI와 코스피 PER 사이의 민감도에 대입하면 적정 PER은 0.5배 상승한다. 현재 12개월 선행 PER 9.7배에 0.5배를 더하면 2분기 목표 PER은 10.2배가 된다. 여기에 2분기 추정 주당순이익(E PS) 202.6~209.9를 적용하면 2분기 코스피 반등 목표치는 2130포인트로 예상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
ks.lee@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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