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싶다면 손해를 선택하라”
“행복하고 싶다면 손해를 선택하라”
  • 김미선 기자
  • 호수 85
  • 승인 2014.03.28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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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석학 3人의 「행복한 인생학」

당신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는가. 아마 잘 모를 거다. ‘왜 이렇게 불행한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이들도 많을 게다. 더스쿠프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인문학 거장 3인에게 물었다. 김형철 연세대(철학) 교수, 박웅현 TBWA 코리아 전문임원, 탈 벤 샤하르 하버드대 교수가 혜안을 빌려줬다.

‘불행不幸’.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어찌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사상 유례없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 않은가. 모든 걸 벅차게 받아들이며 활짝 웃는 게 더 이상한 시절이다. 그렇다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행복을 누릴 권리가 없을까.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가는 데 행복까지 누릴 틈이 없다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 김형철 교수(왼쪽), 탈 벤 샤하르 교수(중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사진=지정훈 기자/마이크임팩트 제공]
더스쿠프가 김형철 연세대 교수, 박웅현 TBWA 코리아 전문임원, 탈 벤 샤하르 하버드대 교수 등 인문학 거장 3인에게 ‘행복하게 사는 비법’을 물었다.  3월 15일 열린 인문학 컨퍼런스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빅 퀘스천’에 참석한 이들 3명이 발표한 강연내용을 참고했다. 박웅현의 저서 「여덟단어」, 탈 벤 샤하르의 저서 「해피어」, 김형철의 EBS 초대석 인터뷰 내용도 살펴봤다. 먼저 행복의 근원적 가치를 물었다.

+행복은 만끽할 수 있는 건가.
탈 벤 샤하르 :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는 어떤 지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다. 무언가를 얻었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행복하지 않하면 불행하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하면 행복은 어떤 과정이 끝나는 곳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지 않은가. 무언가를 계속하면 행복이 기다릴 거라는 믿음에 매달리면 결국 좌절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는 뭐라 보는가.
박웅현 : “행복한 삶의 기초는 자존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행복의 자세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풀빵장사를 해도 행복하다. 자존감이 없는 이는 100억원을 벌어도 스스로 목숨을 끓을 수 있다. 극단적인 비교지만 사실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말이 있다. 내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일 수 있다.”

탈 벤 샤하르 : “작은 것부터 시작해라. 감사일기를 매일 써라. 하루 2분만 투자하면 된다. 이런 행위는 스스로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성취감을 느끼게 할 거다. 우리 가족은 일주일에 한번 저녁을 먹으며 감사한 일에 대해 얘기한다. 5살짜리 딸부터 92세의 할머니까지 모두 대화에 참여한다.”

김형철 : “권력·명예·부를 거머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가지니까 세상이 허무해졌다. 그는 도사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다. ‘도사님, 인생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도사가 답했다. ‘한평생 배우러 왔다가 가는 것이다.’ 배움을 통해 행복을 찾아라. 삶의 목적이 배움에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인생을 지루하게 느낄 틈도, 허무하게 생각할 겨를도 없다. 배운다는 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김형철 : “2500년 전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만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닫지 못한 사람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른다는 걸 아는 사람은 배우려 한다. 배움의 유일한 방법은 질문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수록 근본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 [더스쿠프 그래픽]
배움, 새로운 눈을 갖는 과정

+그럼 질문은 어떻게 던져야 하나.
김형철 :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좋은 답과 나쁜 답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슴 속에 좋은 답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좋은 답을 얻는 게 중요하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자존’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불행의 단초가 될 때가 많다.
박웅현 :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한다. 중심점을 바깥에 놓고 눈치를 보며 바깥을 살핀다. 자존은 중심점을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이다.”

김형철 :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쓸모없는 것이 되레 큰 구실을 함을 뜻한다. 쓸모가 있고 없음은 사물의 내재된 속성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속에 있다.”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거 같다.
탈 벤 샤하르 :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인간의 본성’을 허락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감정을 피하면 이 감정이 나를 지배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참을수록 강해진다. 단순히 강하다는 것은 우리를 더 약하게 만든다. 언제나 긍정적인 기분일 수는 없다. 행복에도 부침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두라는 얘기인가.
탈 벤 샤하르 : “질투심 등 부정적 감정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감정을 느꼈을 때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잠시 동안 친구, 맛있는 음식 등 우리가 가진 것을 떠올려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거다.”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도 느끼지만 고통을 겪기도 한다.
탈 벤 샤하르 : “관계는 가치를 거래하는 것이다. 모든 거래와 마찬가지로 관계는 두 사람 모두에게 유익할수록 발전한다. 어느 한쪽이 궁극적인 가치에서 손실을 보면 양쪽 모두 불행해진다. 서로에게 만족하고 쌍방이 공평하게 인식할수록 관계는 발전할 것이다.”

김형철 : “인간적으로 소통해라. 마음의 문은 안에서 밖으로만 열린다.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때는 ‘나는 그 사람을 향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라.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그 사람을 대접해주면 된다. 상대방에게 칭찬을 듣고 싶으면 그 사람을 칭찬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때도 있다.
박웅현 : “박범신의 소설 「촐라체」를 보면 ‘길고 위험이 넘치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삶을 살아가야 할 이제 겨우 스물한살의 청년’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20대를 의미한다.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나 인생은 전인미답 같은 것이다. 당신의 미래를 누가 안다고 말할 수 있나. 당신의 미래를 안다고 하면 사기꾼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선택을 하고 나서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거다. 선택을 했으면 내 선택을 옳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선택에는 오답과 정답이 공존한다.”

김형철 :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란 말이 있다. 그렇다면 해야 한다. 무언가를 하고 나서 후회를 하면 경험이 남고 교훈을 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면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생각 없이 행동하는 건 금물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스스로 되돌아봐라. 생각을 해라.”

모든 선택엔 오답·정답이 공존

+목표 성취와 행복은 정비례한다고 보나.
탈 벤 샤하르 :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기쁨이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정열에 부합하는 목적을 선택하는 거다. 새집을 사거나 승진하거나 어떤 업적을 이루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잠시다. 정말 중요한 건 목표 설정이다. 어떤 목표, 미래의 목적을 정하는 1차적인 목적은 지금의 즐거움을 높이는 것이다. 목표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박웅현 :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인생 살면서 너무 대단한 계획을 세우지 마라. ‘내가 5년 후 저 회사에서 부장이 돼 있을거야’ ‘내가 10년 후에는 어떤 아파트에 이사갈 거야’ ‘내가 저 여자랑 반드시 결혼할 거야’ 처럼 말이다. 노력하는 건 좋지만 꿈꾸지 마라. 쉽게 되지 않는다.”

+인생이 운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말인가.
박웅현 : “인생은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의지, 노력, 재능이라는 씨줄만 놓고 미래를 기다린다. 통제 밖에 있는 날줄은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려 봐라. 삶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선수는 흘러가면서 답을 찾는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흘러가는 게 중요하다.”

▲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리 인문학 콘퍼런스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빅 퀘스천'의 현장 모습.[사진=마이크임팩트 제공]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박웅현 : “시인 고은은 이렇게 말했다. ‘급한 물에 떠내려 가다가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그렇게 시작해 보거라.’ 땅버들 씨앗은 바람에 흔들리고 물살에 떠밀려 촉촉한 땅에 닿지 못하고 거친 바위틈에 닿아버린다. 그렇지만 이 땅버들 씨앗은 포기하지 않는다. 묵묵히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이게 바로 인생이다.”

김형철 : “비슷한 얘기인데 조금 희생하면서 사는 건 어떨까.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은 거창한 희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조금 양보하고 손해 보면서 사는 것을 말하는 거다. 고민을 하는 이유는 선택의 결과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럴 때는 약간 손해 보는 쪽을 선택해라.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탈 벤 샤하르 : “스스로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 내면적인 체력이 강화되고, 긍정적인 마음이 생길 거다. 중요한 건 사소한 활동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꾸준한 운동,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눈앞에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 깊게 숨을 들이쉬는 것, 이런 상식적인 것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준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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