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법률테크

부모와 자식.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해하고, 무한한 사랑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갈등을 겪기도 한다. 최근 TV뉴스에서 본 기사다. 부모에게 반항해 가출한 미국 여고생이 자신의 부모를 상대로 학비와 생활비를 대라고 소송을 냈다. 학대를 당해 집을 나온 만큼 부모가 학비를 댈 의무가 있으니 자신의 사립고 수업료 600만원과 앞으로의 대학등록금ㆍ생활비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부모는 심야 귀가와 음주를 자제하고 불량 학생과의 이성 교제를 삼가라고 타이른 것이 학대냐며 학비는 자녀로서 규율을 지킬 때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판사는 ‘12살짜리 아이가 게임기를, 13살의 자녀가 스마트폰을 안 사준다고 부모에게 소송을 건다면 당신은 용납할 수 있습니까’라고 딸을 꾸짖었고, 부모에게 고등학교 학비와 생활비를 낼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내용을 보자. 14명의 여성으로부터 자식 22명을 얻은 미국 남성이 역대 최대 양육비 소송을 당했다. 그 남성이 자식들을 돌볼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다른 여자를 만나다가 양육비 문제로 소송을 당한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부모도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부모는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20년 전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버려두고 가출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20년이 넘도록 아내와 두 아들을 돌보지 않았다. 밖에서 이 직업 저 직업 전전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산 것이다. 생활비는 한 푼도 준 적이 없었고, 아내는 두 아들을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한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겨우 생명을 보존하며 살아온 것이다. 아내는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고생고생하며 키운 큰아들은 증권회사 직원이 됐고 작은아들은 의사가 됐다.
그런데 남자는 이제 늙어 더 이상 스스로 살아갈 힘이 없어지자 옛 가족 앞에 나타났다. 그 등장 모습이 정말 극적인데, 큰아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자식이 어찌 아버지를 부양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큰아들의 월급에 가압류까지 했다. 큰아들은 회사생활이 곤란하게 되자 남자에게 얼마간의 양육비를 주고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통해서 필자는 ‘세상에 이런 아버지도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세상이 서로 쪼개지고 쪼개져서 외로움에 치를 떠는 사람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1등일 정도로 서로를 연결하는 끈이 느슨해졌다. 행복이 넘치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처방전은 오직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부모와 자식의 사랑, 여기서 비롯되는 자발적인 보살핌에서 시작돼야 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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