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성의 신용 Tech
금융사를 사칭한 해커나 사기범은 동일한 수법으로 사람들에게 스팸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다. 공교롭게도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수법에 걸려든다. 스팸문자를 받고도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개인정보 불법거래업자ㆍ해커ㆍ금융사칭사기범을 잡을 수 있는데 놓아준 것과 다르지 않다. 투철한 신고만이 제2의 피해를 막는다.

이제 개인정보 안전지대는 없다. 만약 대출문자나 인터넷설치 전화가 걸려온다면 내 개인정보가 TM업체로 흘러갔다는 얘기다. 카드나 보험 상품을 홍보하는 문자가 쏟아진다면 대출모집인ㆍ중개업체ㆍ법인업체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휴대전화ㆍ도박사이트ㆍ성인사이트를 홍보하는 문자가 수없이 온다면 당신의 개인정보는 이동통신사ㆍ휴대전화대리점ㆍ불법성인사이트ㆍ불법도박장ㆍ마케팅회사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불법성인사이트나 불법도박장이다. 이런 경우 개인정보가 가장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넘어간 거다.

실제로 개인정보유출 대형사고가 터진 이후 필자는 현장에서 개인정보가 급속하게 퍼져나간 광경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최근 필자가 대출업무를 위해 오랜만에 고객 A씨를 만났다. A씨는 그동안 전화로 상담만 했을 뿐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A씨와 대면상담을 마치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대출 동의서를 작성하고 대출 심사를 진행했다. 신용이 좋은 편인 A씨는 곧 대출승인을 받았다.
건당 10원짜리 가치의 개인정보
그로부터 며칠 후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의 정보가 어딘가에 유출됐는지 요즘 이상한 전화가 연달아 온다’는 거였다. 필자는 전화가 온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캐피탈’이었다. 필자가 정황을 살펴보니 ○○캐피탈을 사칭한 사기전화로 보였다. 문제는 A씨가 언제 어디서 얼마를 대출 받았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거였다. ○○캐피탈은 A씨가 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보증비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했다. 필자는 곧바로 ○○캐피탈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온 번호를 확인했다. 실제 ○○캐피탈 대표번호가 아니었다. 필자는 A씨에게 해커나 금융사를 사칭한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최근엔 문자서비스(SMS)를 통해 접근하는 경우가 급속히 늘고 있다. 필자가 만난 고객 B씨는 대면상담을 통해 대출심사 승인을 받았다. B씨가 대출을 받은 바로 다음날, 황당한 SMS가 날아왔다. 선입금을 하면 추가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전형적인 선입금 사기문자였다. 통장이나 카드 등을 달라고 해서 대출이 되는 것처럼 고객을 속인 후 대포통장으로 금액을 인출하는 사기수법이다. 이들은 B씨가 대출받은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대출받은 지 하루 만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개인정보가 오픈돼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도 금융사를 사칭하는 이들의 스팸문자와 보이스피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사를 사칭한 사기범들은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다. 올 3월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부업자 C씨를 구속했다. C씨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개인정보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브로커 D씨에게 연락했다. D씨로부터 이름ㆍ주민등록번호ㆍ전화번호ㆍ주소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건당 20원에 샀다. 그렇게 수중에 들어온 개인정보는 2만8106건이었다.
C씨는 이를 바탕으로 ‘□□대부업체 소액대출 가능하다’는 내용의 스팸문자를 발송했다. 수법은 간단했다. 자동문자발송업체를 통해 한달에 4000~5000건을 무작위로 보낸 것이다. C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문자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1152명을 대상으로 10만~30만원씩 소액대출했다. 선이자로 50%를 공제하고 78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투철한 신고정신이 피해 막아
금융사를 사칭하는 사기범이 활개를 치지만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니다. 필자는 앞에서 언급한 고객 AㆍB씨에게 이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하나같이 거절했다. ‘귀찮다’는 게 이유였다. 사칭을 당한 실제 ○○캐피탈엔 전화를 걸어 상황을 상세하게 알리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것을 권했다. 담당자는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유출된 개인정보를 가지고 금융사를 사칭하는 이들의 접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금융사가 보안강화에 힘쓰고, 금융감독원은 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동의 없이 수신되는 문자를 곧바로 금융감독원과 경찰서에 신고하는 거다. 선입금ㆍ수수료ㆍ전산비ㆍ지점장승인비 등을 요구하는 사기전화도 금융감독원과 경찰에 신고하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의하면 징역 5년 또는 벌금 5000만원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사칭을 당한 해당 금융사에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내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서동성 희망체크론 팀장 minjong802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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