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초식동물로 취급하지 마라

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채소만 먹는다고 건강에 좋은 건 아니다. 사람은 잡식동물이다. [사진=뉴시스]

“식탁 위의 작은 변화를 일으켜라. 육류를 피하고 식물성 음식을 많이 섭취하라. 채식을 선택하는 순간 당신은 앞으로 건강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런 글을 실어 어린이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거나 육류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는 게 올바른 일인가. 한편에선 방목장을 건설하기 위해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너무 많은 방목으로 인해 목초지가 사막화되고 있다고 주장도 늘어놓는다. 채식으로 모든 생명이 존중 받는 건강한 사회를 꿈꿀수 있다라는 대목에 이르면 기가 찰 뿐이다.

이런 내용은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읽기 교과서에 실린 내용들이라고 한다. 이 가르침을 받은 초등학생들은 점심 급식에 돼지고기 한점 없이 풀 반찬만 먹은 채 아리수만 한사발 들이켜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배움의 실천과 언행의 일치를 위해서 학생, 교사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이 어찌보면 옳다. 그렇다면 농사를 짓기 위해 비료를 쓰고 비행기로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려대는 행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논밭을 만들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거나 불을 질러서 그 땅위의 수많은 생명을 해하는 행위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인간은 새알을 하나 주워 먹어도 살생을 한것이요, 밥 한공기를 먹어도 4000개의 생명을 해 한 행위가 된다. 찐 계란을 먹고 풀을 밟고 서서 사과를 따먹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간지럽혀 웃겨 죽이지 않는 한 동물의 도축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불쌍한 동물을 비참하게 사육한 후 때려 잡아먹었다면 잘못된 그 방식을 바꿀 일이지, 그것이 육식을 해서는 안되는 논리가 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어차피 생명을 해 한다는 것은 움직이는 동물을 음식으로 취하거나 식물을 뿌리째 뽑아서 먹는 일이나 같은 맥락이다.
물과 공기만 제외한다면 인간이 자연에서 먹는 모든 것이 생명을 해하는 행위이다. 토끼를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호랑이를 우리가 비난하지 않듯이 인간 또한 동식물을 해하며 살아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삶의 방식이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채식이 인간의 신체구조에 적합하며 동시에 건강에 이롭다는 논리 또한 극단적이고 자기중심적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 분투기」라는 책을 통해 무엇이던 먹고 씩씩하게 생존해 나가는 인간의 삶을 잘 표현했다. 인간은 바다와 육지와 하늘에서 고군분투하며 먹을 것을 구해왔다. 자연이 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처럼 인간에게 모든 것을 그냥 베풀어 주지 않았단 의미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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