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미스터리

그런데 이상하다. 총수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 담벼락’을 넘으면 그룹 관계자들은 안면을 싹 바꾼다. “총수가 없으면 경영 공백이 생겨 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거다. 과연 그럴까. 최근 총수가 형을 선고받은 SK(최태원 회장, 징역4년)ㆍ한화(김승연 회장, 징역3년ㆍ집행유예 5년)ㆍCJ(이재현 회장, 징역4년ㆍ구속집행정지)의 핵심 계열사 실적을 보면, 총수의 부재와 실적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업황에 따라 계열사 실적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주가 역시 총수가 구속된 날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그렇다. 그룹은 총수 한명이 지배할 수 없다. 그룹의 성장엔진은 수많은 임직원의 힘과 경영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돌아간다. 총수 개인이 아니라 수많은 임직원이 각자 맡은 역할에 혼신의 힘을 쏟을 때 기업이 성장한다는 얘기다. 10대 그룹 총수는 10명이지만 그 임직원 수는 87만3600명이다. 이 숭고한 숫자를 언제까지 무시할 텐가.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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