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강자 SK텔레콤이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 2030 젊은층의 ‘SK텔레콤 엑소더스’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 젊은층은 지불능력이 있어,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꼭 잡아야 할 계층이다. 이들의 회원가입률이 줄어든다는 건 SK텔레콤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박인식 총괄의 의미심장한 발언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통신서비스는 2002년 이후 2세대 CD MA(코드분할다중접속), 3세대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로 진화를 거듭했다. 그사이 단말기도 피처폰 중심에서 스마트폰으로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동통신시장의 구도는 10년간 ‘5(SK 계열 통신사)대 3(KT 계열 통신사)대 2(LG계열 통신사)’를 유지했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50% 고수전략이 통했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를 두고 SK텔레콤의 50%를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 50%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뭘까.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통신시장을 이끌면서 충분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독과점 논란이 일고, 정부 규제를 받는다. 이런 점에서 50%는 두가지 상반된 조건을 충족하는 수치다. 더구나 SK텔레콤은 최태원 SK 회장의 구속에서 기인하는 투자자의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시장점유율 50%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에선 ‘점유율 50%’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SK텔레콤의 스마트폰 가입자 시장점유율은 2011년 49.09%에서 지난해 12월 48.74%로 0.35%포인트 하락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30.1%, 21.2%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의 심리적 마지노선 ‘50%’
태블릿PC 시장에서는 1위를 아예 넘보지도 못하는 신세다. KT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태블릿PC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KT 58.2%, SK텔레콤 39.9%, LG유플러스 1.9%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KT는 2009년 11월 아이폰을 도입했다. 반면 SK텔레콤은 2011년 3월 아이폰을 출시했다. 경쟁사보다 16개월이나 늦은 셈이다. 2011년 3월 기준으로 애플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 결정은 상당히 늦은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아이폰을 늦게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친 게 아직까지 SK텔레콤의 가입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KT를 선호하기 때문에 태블릿PC 시장점유율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LG유플러스의 LTE 선점이다. 2012년 3월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로 LTE 전국망을 완성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는데, 3G의 경우 800MB 동영상을 내려받는 데 10여분이 걸렸지만, LTE에서는 85초면 가능했다. LTE를 선점한 LG유플러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했고, KT와의 시장점유율 간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두 업체간 시장점유율(휴대전화 가입자 기준) 차이는 지난해 1월 12.4%에서 그해 12월 10.2%로 감소했다. 11개월 만에 2.2%포인트가 줄어든 것이다. KT는 아이폰, LG유플러스는 LTE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압박한 셈인데, 그 결과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연령별 가입자가 흥미로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젊은층의 가입률이 줄고, 중장년층의 가입률이 늘어난 것이다.

중장년층의 가입률이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통계는 또 있다. SK텔레콤의 LTE 연령별 가입자를 살펴보면 2011년 25.0%였던 20대 가입률은 지난해 3월 20.1%로 감소했다. 30대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는데, 같은 기간 29.0%에서 25.2%로 줄었다. 중장년층의 가입률은 이와 달랐다. 2011년 21.0%였던 40대의 가입률이 지난해 3월 22.2%로 늘었고, 50대 이상은 같은 기간 13.8%에서 19.0%로 크게 증가했다.
젊은층 붙잡아야 성장동력 확보
SK텔레콤이 지난해 선보인 LTE-A 가입률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30대(30.9%)가 가장 높았고, 그 뒤를 40대(18.2%)가 차지했다. SK텔레콤의 20~30대 가입자가 이탈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젊은층의 비율이 줄어든 것은 경쟁사(이동통신사) 보조금의 영향이 크다”며 “약정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30대는 데이터 소모량과 이용 패턴이 활발한 연령층이다. 특히 20대 후반~30대 가입자는 지불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요금뿐만 아니라 데이터 등 부가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계층인 셈이다. 더욱이 LTE는 이동통신사의 새로운 시장이다. LTE 가입자 중 젊은층을 확보하지 못하면 SK텔레콤의 성장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의 20~30대 젊은층 가입률 감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텔레콤의 10대 가입률이 크게 늘어난 건 괄목할 성과지만 이들은 지불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결국 SK텔레콤은 중장년층 가입자를 통해 시장점유율 50%를 유지하겠다는 건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중장년 가입자의 증가가 SK텔레콤에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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