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은 조직 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지만 사람을 차별하는 이기주의를 부른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목할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파벌로 인한 스트레스 강도가 커진다는 거다.

지는 해가 있으면 뜨는 해가 있는 법이다. 새롭게 발탁된 인물은 김순택 부회장(당시). 그가 맡은 임무는 그룹의 신사업 발굴이었지만 ‘이재용 체제’ 정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이 물러나는 것 역시 문책성 인사보다는 새로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사장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그해 12월 이재용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미래를 이끌어 갈 젊고 혁신적인 최지성ㆍ윤주화ㆍ이상훈ㆍ윤순봉ㆍ이인용 등이 중용됐다. ‘이재용 사단’이 등장한 셈이다.
파벌문화는 삼성만의 얘기가 아니다. 재계 곳곳에 퍼져 있다. 파벌이 형성되는 과정은 두가지다. 오너가 내부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거나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는 경우다. ‘누구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느냐에 따라 조직원이 갈라지는 것이다. 물론 파벌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파벌을 통해 조직 내 선의의 경쟁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일 땐 얘기가 달라진다. 극심한 편 가르기로 사람을 차별하는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탓에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지도 못한다.

직장인 10명 중 5명은 파벌에 대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악 같은 존재’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30.1%가 ‘반드시 없어져야 할 요인’이라고 답했지만 13.1%는 ‘회사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긍정적인 역할’이라고 답한 거다.
주목할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내 파벌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9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6.6%가 파벌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2년 전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비율이 0.2% 증가했다.
파벌을 형성하는 요인은 ‘학연(37.5%)’이었다. 지난 설문조사보다 5%나 늘었다. ‘부서장 및 임원진에 따른 파벌(28.2%)’ ‘지연(21.0%)’ ‘혈연(10.7%)’이 그 뒤를 이었다. 파벌로 인해 받는 불이익 강도 역시 늘었다. ‘업무 외의 불필요한 스트레스 가중’이 44.9%로 2년 전보다 10.6%나 늘어났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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