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의 ‘초심 출사표’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로 성공신화를 썼던 김선권 대표가 기로에 서있다. 그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수렁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초심’으로 돌아와 카페베네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이는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제과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이 깊다. 당시 동반위는 인수·합병(M&A)이나 커피전문점에서 제과점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방식의 시장 진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빵집 전쟁은 결과적으로 김 대표를 옥죄는 ‘목줄’이 된 것이다. 막상 매장을 오픈하고도 조용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외식사업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제과업종에 이어 외식업종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된 것이다.
김 대표가 2011년 11월 서울 강남에 오픈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블랙스미스’가 여기에 해당됐다. 블랙스미스는 론칭 초기 김태희·송승헌·박유천 등의 톱스타를 내세우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4월 초에는 87개까지 매장수를 늘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외식업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롭게 오픈한 블랙스미스 매장수는 1개뿐이다. 기존 매장 일부가 폐점하면서 현재는 56개(2월 27일 홈페이지 기준)까지 매장수가 줄어들었다.
신사업 실패는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페베네의 영업이익은 2011년 156억원에서 2012년 6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억원이다. 반면 부채는 2011년 654억원에서 2012년 1499억원, 지난해 3분기 기준 1505억원까지 치솟았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외사업과 기존 물류센터의 확장 이전에 들어간 투자금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정부규제의 희생양’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창업 전문가는 “김 대표가 기존 브랜드(카페베네)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신사업에 뛰어드는 데만 열중했다”고 꼬집었다.
무리한 사업다각화, 결과는…
실제로 김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힘을 쏟았다. 결과가 좋았더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2012년 8월 마인츠돔 강남점이 있던 자리에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를 열었다가 5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2월에는 복합휴게시설 하남 하이웨이파크 민자유치개발사업자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업무협약까지 맺었지만 무산됐다.

말레이시아·브루나이·싱가포르에서도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미주법인, 글로벌법인에서 근무할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현재 카페베네는 미국시장 진출 2년 만에 뉴욕 타임스퀘어점을 비롯한 9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현재 60호점까지 계약이 체결됐다. 카페베네는 관계자는 “미국 1호점인 타임스퀘어점 같은 경우 660㎡(약 200평) 대규모 매장에 북카페 형태로 진출했는데 현지에서 반응이 좋다”며 “경쟁력이 없었다면 60호점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돼는 카페베네로선 더 이상 가맹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기 어렵게 된 거다. 카페베네는 100%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과 달리 대부분 매장이 가맹점으로 운영된다. 현재 900개가 넘는 매장 중 직영점은 20개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카페베네는 가맹점 계약을 통한 인테리어와 초도 물품, 경영지원 서비스를 판매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냈다. 신규 출점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먹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카페베네로 해외시장 개척에 ‘올인’

해외 진출 역시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그만한 ‘투자’를 담보해야 해서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만 봐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김 대표라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커피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과거 전적이 있어서다. 김 대표는 한때 ‘커피시장’의 신화로 통했다.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이 양분하고 있던 커피시장의 판도를 토종브랜드로 뒤흔들어놨기 때문이다. 커피바람을 일으킨 주인공도 사실은 김 대표다. 그런 그가 지금 기로에 서있다. 운명의 시계는 초침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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