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 비율 줄어도 늘어도 ‘得’
알뜰폰 가입자 비율 줄어도 늘어도 ‘得’
  • 김건희 기자
  • 호수 82
  • 승인 2014.03.04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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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왜 알뜰폰 시장 노리나

알뜰폰 가입자가 급증하면 이동통신사의 실적은 줄어든다. 하지만 이통사가 알뜰폰 가입자에게 망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용료를 받으면 알뜰폰 가입자가 늘수록 수익이 증가한다. 자회사를 통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전체 가입자 비율도 유지할 수 있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다.

▲ 이동통신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알뜰폰 가입자가 늘수록 전체 가입자 비율과 수익이 증가한다. [사진=뉴시스]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올 1월 알뜰폰 가입자는 260만명을 돌파했다. 2011년 40만명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2년 2.4%였던 점유율은 올 1월 4.7%로 2.3%포인트 올라갔다. 업계에서 ‘알뜰폰 시장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더스쿠프 그래픽]
알뜰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업자가 통신망 사용료(도매대가)를 대폭 인하하도록 유도했다. 대신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알뜰폰 시장 확대와 소비자의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결과,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얻어 2012년 6월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대형 유통채널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2년 1월 CJ헬로비전, 지난해엔 우체국ㆍ이마트ㆍ농협 등이 대형채널 및 사업자로 알뜰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 알뜰폰 시장구도가 급변했다는 거다. 2011년 11%에 불과했던 대형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5%로 크게 증가했다. 최원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1년 알뜰폰 제도 도입 당시 13개 사업자 중 대형업체는 KT파워텔과 KCT(태광그룹 계열사)뿐이었다. 이들의 점유율은 각각 6% (3만명), 4%(2만명)로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두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중소업체였다. 이들의 점유율은 76%에 달했다.

중소업체가 터를 닦아 놓았던 알뜰폰 시장은 2012년 1월과 6월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20 12년 연말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각각 15%(20만명), 5%(7만명)를 확보하고, KCT가 5%(6만명), KT파워텔 2%(2만명)를 기록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점유율이 30%로 껑충 뛰어 오른 것이다.

▲ 알뜰폰 제도의 취지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최원식 의원실의 관계자는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내세운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난해엔 홈플러스ㆍ이마트ㆍ에스원까지 가세해 앞으로 대기업 계열사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알뜰폰 점유율은 대기업 계열사인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약진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은 24% (59만명), SK텔링크 15%(37만명)로 두 업체의 가입자 점유율만 39%에 이른다. 반면 상장기업인 유니컴즈는 10%(26만명), 중소업체 스페이스네트는 9%(24만명)에 불과하다.

대형업체 중심으로 시장구도 재편

주목할 것은 알뜰폰 가입자 비중에 따라 알뜰폰과 이통사의 입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올 1월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내놓은 ‘알뜰폰은 단기 상호 보완, 장기 경쟁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이 7% 이하일 경우 알뜰폰은 이통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을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고 있어 알뜰폰이 활성화될수록 이통사가 받는 요금인하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알뜰폰 가입자 비중이 8%를 상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알뜰폰이 통신시장 전체에 요금인하를 이끌 수 있어서다. 알뜰폰이 이통사의 경쟁업체로 부상하게 된다는 의미다. 알뜰폰이 이통사의 견제를 받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이면 알뜰폰 가입자 비중이 8%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알뜰폰 시장도 규모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 전쟁이 본격화되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더스쿠프 그래픽]
▲ [더스쿠프 그래픽]
문제는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는 대형업체 중 이통사의 자회사가 포함된 것이다. 현재 SK텔레콤은 SK텔링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의 지분율 83.5%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KT가 자회사인 KTis와 KTcs를 통해 알뜰폰 시장 진출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2월 3일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KT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다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한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KT의 알뜰폰 진출을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2월 6일 KT는 알뜰폰 진출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전쟁이 본격화되면 이통사의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통사 위주로 알뜰폰 시장이 흘러가면 기존 통신시장이 가진 담합과 폭리의 문제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알뜰폰 가입자가 증가하면 이통사의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알뜰폰 가입자에게 망을 빌려주는 이통사는 알뜰폰 가입자가 늘수록 수익도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전체 가입자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이통사는 실적이 떨어지는 걸 막거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통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뜰폰시장 본래 취지 살려야”

▲ [더스쿠프 그래픽]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알뜰폰 시장은 담합과 폭리로 얼룩진 기존 통신시장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시민사회의 주장은 이렇다. “알뜰폰 시장을 중소업체 적합업종으로 정하자는 게 아니다. 알뜰폰 시장의 본래 취지를 이어가자는 거다. 그러려면 SK텔링크는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 다만 알뜰폰 제도 도입 때부터 뛰어든 대기업 계열사는 앞으로 중소업체와 상호협력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이통사가 욕심을 버려야 알뜰폰 시장의 취지와 목적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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