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가 급증하면 이동통신사의 실적은 줄어든다. 하지만 이통사가 알뜰폰 가입자에게 망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용료를 받으면 알뜰폰 가입자가 늘수록 수익이 증가한다. 자회사를 통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전체 가입자 비율도 유지할 수 있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다.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 알뜰폰 시장구도가 급변했다는 거다. 2011년 11%에 불과했던 대형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5%로 크게 증가했다. 최원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1년 알뜰폰 제도 도입 당시 13개 사업자 중 대형업체는 KT파워텔과 KCT(태광그룹 계열사)뿐이었다. 이들의 점유율은 각각 6% (3만명), 4%(2만명)로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두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중소업체였다. 이들의 점유율은 76%에 달했다.
중소업체가 터를 닦아 놓았던 알뜰폰 시장은 2012년 1월과 6월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20 12년 연말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각각 15%(20만명), 5%(7만명)를 확보하고, KCT가 5%(6만명), KT파워텔 2%(2만명)를 기록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점유율이 30%로 껑충 뛰어 오른 것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알뜰폰 점유율은 대기업 계열사인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약진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은 24% (59만명), SK텔링크 15%(37만명)로 두 업체의 가입자 점유율만 39%에 이른다. 반면 상장기업인 유니컴즈는 10%(26만명), 중소업체 스페이스네트는 9%(24만명)에 불과하다.
대형업체 중심으로 시장구도 재편
주목할 것은 알뜰폰 가입자 비중에 따라 알뜰폰과 이통사의 입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올 1월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내놓은 ‘알뜰폰은 단기 상호 보완, 장기 경쟁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이 7% 이하일 경우 알뜰폰은 이통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을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고 있어 알뜰폰이 활성화될수록 이통사가 받는 요금인하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알뜰폰 가입자 비중이 8%를 상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알뜰폰이 통신시장 전체에 요금인하를 이끌 수 있어서다. 알뜰폰이 이통사의 경쟁업체로 부상하게 된다는 의미다. 알뜰폰이 이통사의 견제를 받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이면 알뜰폰 가입자 비중이 8%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알뜰폰 시장도 규모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 전쟁이 본격화되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월 3일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KT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다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한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KT의 알뜰폰 진출을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2월 6일 KT는 알뜰폰 진출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전쟁이 본격화되면 이통사의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통사 위주로 알뜰폰 시장이 흘러가면 기존 통신시장이 가진 담합과 폭리의 문제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알뜰폰 가입자가 증가하면 이통사의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알뜰폰 가입자에게 망을 빌려주는 이통사는 알뜰폰 가입자가 늘수록 수익도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전체 가입자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이통사는 실적이 떨어지는 걸 막거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통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뜰폰시장 본래 취지 살려야”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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