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생각체조
두개의 화살을 준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첫번째 화살이 안 맞으면 두번째 화살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화살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 마지막 남은 화살에 온 힘을 기울인다. ‘처음처럼’이 초심이라면 ‘마지막처럼’은 뒷심이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결심이 삼일을 못가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처음처럼’은 ‘좀처럼’ 지키기 어렵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사람은 하루 이틀 잘 견디다가도 삼일째가 되면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다.
‘좀처럼 지키기’ 어려운 초심
담배를 피워서 생기는 위험요소보다 담배를 피움으로써 생기는 스트레스 해소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담배를 꺼내 무는 것이다. 마음먹은 대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선 ‘처음처럼’을 여러번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 마음만 먹지 말고 결심한 것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처럼’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치고 전력투구하는 자세다. 매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순간을 별 다른 생각 없이 흘려보낸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안타까운 시간, 소비하거나 허비하지 말고 즐겁고 의미심장하게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자세가 바로 ‘마지막처럼’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하는 말, 이번이 정말 마지막, 한번만 봐달라고 한다. 그러나 ‘한번만’은 지금 눈앞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감언이설甘言利說이고 위기탈출용 임기응변일 뿐이다.
마지막이라고 말했지만 다음에도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은 정말 한번밖에 없는 순간이자 기회다. 그런데 그 마지막은 계속 반복된다. ‘마지막처럼’도 여러번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처럼’ 실천하기 어렵다. ‘모처럼’ 누군가 찾아와 술 한잔 하자고 한다. 어제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기로 다짐하고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다고 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만난 친구를 눈앞에 두고 한번만 더 마지막으로 마시기로 다짐한다. 그 순간 마지막은 영원히 반복되는 순환궤도의 한 지점으로 반복될 뿐이다.
‘처음처럼’과 ‘마지막처럼’ 사이에는 ‘좀처럼’과 ‘모처럼’이 살아가고 있다. ‘처음처럼’은 ‘좀처럼’ 지키기 어렵거니와 어지간해서는 사람들은 ‘마지막처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한 번의 마지막이 있을 거라고 가정한다. ‘모처럼’ 친구가 찾아오면 ‘처음처럼’은 온데 간데없이 우정에 술을 실어 한잔 마시고 싶은 충동이 욕망을 자극한다. ‘마지막’처럼 살고 싶은 의지도 산산조각 나버린다. 지금 이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을 뿐이다.
‘모처럼 지키기’ 어려운 뒷심
마지막은 진짜 마지막 순간에 쓸 수 있는 말이다. 두개의 화살을 준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첫번째 화살이 안 맞으면 두번째 화살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화살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 마지막 화살에 온 힘을 기울인다. ‘처음처럼’이 초심이라면 ‘마지막처럼’은 뒷심이다. ‘초심’과 ‘뒷심’ 사이에 언제나 ‘중심中心’을 잡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열심熱心’이 살아간다. ‘초심’을 잡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열심’히 하면서 마지막에 뒷심을 발휘하지 않으면 위업은 영원히 달성되지 않는다.
전대미문의 위업을 달성한 사람들은 ‘처음처럼’ 살아온 사람들이며, 지금 이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자신과 싸워 이긴 사람들이다. 새해를 맞이했을 때의 처음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고 결연한 결행을 감행하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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