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부품계열사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품 안의 자식’ 같았다. 대부분의 부품을 LG전자에 납품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두 계열사 모두 애플에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납품한다. ‘탈LG전자 전략’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힌 거다. ‘품 안의 자식’들의 반란을 살펴봤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2012년 8월, 주식시장에 나돌던 ‘바닥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계열사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주가가 크게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2012년 7월 23일 2만2100원에서 8월 17일 2만7000원으로 22% 올랐다. 2012년 2분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2000여억원의 미국 담합 민사소송 관련 충당금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장의 분석이 힘을 얻은 결과였다.

시장의 눈은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인가에 쏠렸다. 두 계열사는 시장의 기대에 화답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용 인셀(in-cell) 부품의 매출 비중을 22%까지 끌어올리며 2012년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그해 총 영업이익 9123억원을 올리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9조9540억원, 영업이익 963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탈LG전자’로 생존 도모
어규진 연구원은 “꾸준히 해외 TV세트업체와 거래를 해온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애플과 거래를 튼 게 실적개선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 TV용 디스플레이를 오랫동안 대량으로 납품해왔기 때문에 애플의 스마트기기나 중국의 TV세트업체 등 다양한 해외고객사를 확보한 것이 흑자 전환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목현 메리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을 때는 그 수요를 애플 등 새로운 거래처에서 만회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LG전자의 전반적인 실적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부문(MC사업본부)은 2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1320만대를 판매했지만 435억원의 손해를 봤다. TV와 가전사업도 좋지만은 않다. TV사업(HE사업본부)은 지난해 4분기 40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전년 동기보다 14%나 줄어들었다. 가전사업(HA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역시 전년보다 24% 감소했다. 위기라 할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 계열 부품사였던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성과는 눈여겨볼만하다.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지름길임을 증명해서다. 증권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애플과 거래하며 쌓은 이력은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신사업 판로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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