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미래, 선대인에게 묻다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다. 걱정도 크고 대책들도 난무한다. 하지만 부동산이라는 게 수학 문제처럼 명확한 해답이 도출되진 않는다. 무리하게 답을 찾기 보단 현실을 정확히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선대인(40)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남다른 시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 포털을 검색할 때마다 눈에 띄는 경제 키워드가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그간 부동산과 연계된 부수적인 단어들은 과열, 폭등, 투기 등이었다. 최근 들어 양상이 바뀌었다. 하락, 침체, 가계부채 등이 한국 부동산의 주된 키워드가 됐다.이를 해결하려 정부는 대책들을 쏟아낸다. 주요 언론에선 부동산의 침체로 한국 경제는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미 한국 부동산은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고 10년 이상 가라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선 소장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엇갈린다. 색다른 이론으로 무장한 ‘젊은 경제평론가’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음울한 부동산 폭락론자’라는 비난도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엄청난 물량 충격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노력하고 연구하는 경제전문가라는 점이다. 인터뷰 이후 곱씹어본 그의 주장은 이론적 토대가 튼실했다. 여러 사례에 대한 치밀한 분석도 기저에 있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26일,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선 소장을 만났다.
-국내 부동산의 장기 대세 하락을 주장하고 있다.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보나.
“최소 10년 이상은 갈 것 같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일반 가계 평균 소득 수준 이상으로 과도하다. 2000년대 내내 집값이 높아졌다. 이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선 일정한 수요가 필요하다. 그런데 소득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오래 전 다 집을 샀고, 소득 여력이 없는 사람들도 (과열 시기에) 빚을 내서 샀다. 살 사람들은 다 사버렸단 얘기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려면 100 정도의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30~40 밖에 여력이 없다. 그러니 가격대를 유지할 수 없다.”
-또 다른 가격 하락 요인은 무엇인가.
“더 큰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충격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구조 충격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가파르게 몰려오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걸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그게 가장 빨랐다는 일본이 36년 걸렸다. 한국은 26년 정도밖에 안 걸릴 걸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2010년대 들어 부동산시장에 몰려온다. 주택 수요 연령대라고 하는 35~54세 사이의 인구가 확 줄어든다. 그건 이미 2011년에 정점을 찍었다.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16년이 정점이다. 그 이후 줄어든다.”
-핵가족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는 줄어도 핵가족화로 가구 수는 늘어나니까 주택 수요는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거짓말이다. 물론 집은 사람이 아닌 가구별로 구입하는 게 맞다. 문제는 늘어나는 가구가 어떤 계층이냐는 거다. 60~70대 고령 세대에서 1~2인 가구가 늘어난다.”

“하지만 젊은 층은 인구 자체가 줄고 있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20~50대까지의 인구는 줄거나 정체 상태다. 어쨌거나 늘어나는 1~2인 가구는 60~70대다. 이들 세대는 집을 파는 계층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녀 출가시키고 집을 줄이거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아예 팔고 전세로 간다. 이들로 인해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주택 공급은 건설사에서 아파트를 지어 신규로 내놓는 것을 일컬었다. 앞으로는 안 그렇다. 건설사에서 집을 짓지 않더라도 연간 수십만 채씩 공급량이 늘어난다. 그에 반해 수요는 없다. 그래서 장기 대세 하락에 들어간다는 거다.”
-물론, 현재 수도권 부동산은 하락한 게 맞다. 하지만 울산시·대구시·충청도 등 지방은 올랐다는 소식이 있다. 대한민국엔 수도권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수도권의 경기 침체만으로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의 하락론을 펼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이 부동산 자산가치의 몇 %를 차지할 것 같나. 25%다.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라고 하는 주택담보대출의 75%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몸통이 어디고 꼬리가 어디인가.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가격 거품, 그리고 그걸 떠받치는 가계 부채다. 그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의 문제가 몸통이고 심각한 거다. 그리고 이미 지방 부동산도 끝물이다. 어떤 신문에선 ‘(부동산 바람이) 경부선을 타고 수도권으로 올라온다’는 표현도 하지만, 엉뚱한 얘기다. 꼬리가 몸통을 어떻게 흔든단 말인가.”
-주택은 그렇다 치고, 부동산정보업체에선 상가나 기타 부동산은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상가 상승엔 두가지 측면이 있다. ‘수도권주택’이라는 주력상품이 내리니까 상대적으로 덜 오른 상가 쪽으로 몰리는 측면, 또 한편으론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자영업에 몰리는 이유 등이다. 그래서 일정 수요가 있는 거다. 문제는 그게 2~3년 이상 가지 않는 일시적 흐름이라는 거다. 베이비부머들의 참여로 일부지역은 상가 가격이 오른다. (압구정동) 가로수길 같은 곳은 아예 업자들이 기획으로 올리기도 한다. 상가가 오르면 부동산 임대료도 뛰어 버린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은 많은 돈을 갖고 장사하는 게 아니다. 결국 자기 수입이 줄어든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지금 깨지고 있는 거다. 이런 문제를 보더라도 부동산 거품은 빠져야 한다. 부동산에 돈을 고정시켜 놓을 게 아니다. 현금이 생산경제로 돌아다니게끔 만들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경제 상태는 지탱할 수가 없다. 상위 10%는 먹고살지 몰라도 하위 80~90%는 이런 구조 속에서 도저히 못 먹고 산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도 조금 더 떨어져야 한다는 뜻인가.
“ ‘조금 더’가 아니라 ‘한참 더’ 떨어져야 한다. 신체로 비유하자면 지금 부동산 가격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 정도로 내려온 상황이다. 여기서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 물론 발바닥까지 ‘내려가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고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나는 부동산 비관론자 아니다”
-발바닥까지 내려간다면 대한민국 경제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전 세계가 부동산 거품을 해소할 때 MB정부는 더 키웠다. 다른 나라는 그래도 가계부채라도 줄였다. MB 정부는 가계부채, 공공부채를 동시에 늘렸다. 거래 활성화대책도 그렇다. 정부는 집값이 올라야 거래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투기 조장하는 건가. 실제 거주를 유도하려 해야지. 지금 한국경제 체력과 일반가계의 소득 수준에 비춰봤을 때 아직도 부동산 가격은 굉장히 높다. 그로인해 수요는 고갈됐다. 가격이 더 내려야 수요가 생기고 수급이 조절되면서 균형가격이 형성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거래가 일어나는 때가 온다. 정부는 부동산 활성화대책을 쓴답시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거다.”
-정부가 그런 대책이라도 써서 거래가 활성화 돼야 상권도 살고 거래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인들도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지탱이 된다면 좋다. 하지만 단기적인 해법일 뿐이다.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그렇게 할수록 행정력과 재정력이 고갈된다. 부동산시장에 돈이 묶이면서 생산경제엔 도움이 안 된다. 언젠간 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나 건설업계는 매 맞는 시기를 미루고 있다. 이건 중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을 경착륙시키는 거다. 미루면 미룰수록 부동산 거품은 커진다. 부동산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한 뒤,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2000년대에 해왔던 것처럼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면, 거기에 혹한 사람들이 빚 끌어와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지금은 아니다.”
-내용이 좀 어두운 것 같다. 부동산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해 달라.
“(목소리를 높이며) 충분히 긍정적인 얘기를 했지 않나. 누구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얘기를 해달라는 건가. 나의 경제철학을 이해한다면 그런 질문하기 힘들다. 나는 부자, 재벌, 건설업체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보는 게 아니다. 80~90% 되는 일반 가계 관점에서 보는 거다. 길게 봤을 때 (내 얘기가) 한국경제 전반에 그리고 대다수 가계에 돌아올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미셀 푸코(Michel Foucault)의 말처럼 (기자가) 표현하는 언어 속에 지식 권력 관계가 이미 내포돼 있는 것처럼 들린다. 내 말은 대다수 가계에 희망적인 내용이다. 이미 긍정적인 얘기를 충분히 했는데, 긍정적인 전망을 다시 하라면….”
-알겠다. 그런데 이 질문을 많은 기자가 선 소장에게 했던 것으로 안다.
“(질문을 접할 때마다) 항상 면박을 준다. 오늘만 그런 게 아니다.”
-선 소장의 말처럼 일각에선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닌 정상가로 수렴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같은 생각이다.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꾸 부동산 비관론자, 폭락론자라고 얘기하는데 내가 왜 폭락론자인가. 나는 ‘가격정상화론자’일 뿐이다. 나라고 부동산이 폭락하기를 바라겠나. 한국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과도하게 불균형 상태였던 것들이 균형 상태가 돼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균형 상태가 돼야 한다는 걸 풀어서 설명한다면.
“사람이 과로해서 몸살 앓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과로는 불균형이 왔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쉬어줘야 한다. 한국은 부동산 문제로 과로를 했고 몸살이 왔다. 그런데도 계속 달리려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였던 2008년 말 이후, 쉬어야 했다. 그런데 계속 달리며 거품을 키워왔다. 그 결과 한국경제가 말기 암 직전까지 왔다. 물론 한국경제가 충격 없이 아름답게 연착륙할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2004년쯤 거품을 뺐으면 연착륙이 가능했다. 그때는 가계부채가 400조원 대 정도밖에 안됐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2008년 말에라도 거품을 빼야 했다. 하지만 언론과 건설사들이 경착륙 위험이 있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협박을 해댔다. 나는 그때 부동산거품 뺄 수 있을 때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정부는 반대로 갔다. 그 결과 어떻게 됐나. 지금은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어버렸다.”
하우스 푸어, 자기책임의 원리 따라야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뭐라고 보나.
“사실 카드를 많이 소진해 버렸다. 그래서 어차피 (이 상태로 계속) 버티기 힘들다면, 주택 가격이 일정 수준 빠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리되면 충격이 온다. 그 충격이 일어날 때 저소득층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소득을 늘려주는 인프라도 구축하고 말이다. 앞서 말했듯 고령 인구의 1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어난다. 이에 대비해서 공공 임대주택도 늘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 주거 안정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충격이 왔다고 건설업계나 저축은행을 먹여 살릴 일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충분히 많이 먹여 살렸다. 이제는 저소득층에 신경 써야 한다. 그렇게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렇게 푼다고 하더라도,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처럼 당장 문제가 닥친 사람들은 안타깝지 않은가. 그들을 위한 대책은.
“그 사람들이 안타까운 부분은 있다. 실패한 정부 정책이나 언론의 선동 보도에 혹해서 무리하게 빚내 집 산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삼고 있는 나라다. 자기책임의 원리를 따른다. 하우스 푸어도 (자기책임 원리로) 그렇게 가야 한다. 대신 하우스 푸어의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그들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재무컨설팅, 상담 등을 해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겠다. 또한 개인파산 절차를 보다 간소화해 금융권의 악성 추적에 당하지 않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 선대인은 누구?
1972년 부산에서 출생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에서 6년간 기자로 활동했으며,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부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경제저술가로도 유명하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문제는 경제다」 등 지금까지 공저와 번역서를 포함해 8권의 책을 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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