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읽어야 판 바꾼다
판 읽어야 판 바꾼다
  •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 호수 80
  • 승인 2014.02.1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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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왕섭의 Brand Speech

▲ 아모레퍼시픽은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로레알’에 대응해 동양적인 ‘설화수’를 출시했다.[사진=뉴시스]
게임에서 내 패만 읽어선 이길 수 없다. 때로는 상대방의 패를 추측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야 한다. 브랜드 전략도 마찬가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흐름을 파악하고 내 위치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가끔 젊고 잘 생긴데다가 전지전능하기까지 한 ‘실장님’이 등장한다. 그는 아랫사람의 몇 마디 보고만 듣고 오리무중에 빠진 문제를 기가 막히게 해결한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이런 ‘실장님’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벌 2세가 아닌 이상 입사 후 최소 20년은 지나야 그 자리에 갈 수 있고, 그 정도 연륜이 있어야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정형화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나 브랜드관리자에게 중요한 점은 시장의 흐름과 판을 명확하게 읽고, 조직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다. 시장과 고객, 경쟁 구도, 자사의 역량 수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략의 전개 방향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을 위해 반드시 읽고 정의해야 할 세가지 판을 살펴보자.

먼저 ‘시장의 판’이다. ‘고객의 판’으로 바꿔 불러도 무방하다. 고객이 모여 있는 공간이 결국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판’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바로 시장세분화다. 고객을 기준으로 시장을 나누고 쪼개 신규 혹은 확장 브랜드가 들어가야 할 시장, 전략적인 제휴가 필요한 시장, 매각하거나 합병이 필요한 시장을 정의하는 것이다.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 통찰로도 ‘시장의 판’을 읽을 수 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브랜드관리자나 마케터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는 거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하는 시간이 1년으로 단축될 것이고, 이를 주도하는 건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제품 등 ‘비PC 분야가 될 것’”이라며 무어(Moore)의 법칙을 뛰어넘은 ‘황의 법칙(Hwang’s Law)’이 단적인 예다.

▲ [더스쿠프 그래픽]
둘째는 ‘경쟁의 판’이다.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경쟁구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경쟁자와 어떤 경쟁구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전략은 달라진다. 경쟁자가 감성 중심의 전략을 전개한다면 이성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고,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지향하는 경쟁자에 대응해 동양적이고 전통적인 이미지를 추구할 수도 있다.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지향하는 ‘로레알(L'Oreal)’에 대응해 정통 한방 화장품으로 경쟁구도를 설정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은 ‘자신의 판’이다. 경쟁자와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자신의 패牌가 ‘자신의 판’이다. 여기서 기업이 사용 가능한 패는 ‘수단’과 ‘시기 선택’이다. 최선의 수단을 최적의 시기에 선택한다는 건 일관성 있게 정렬된 정렬된 브랜드 전략과 전술으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브랜드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명확한 브랜드 전략(브랜드 콘셉트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이 있어야 그 전략을 중심으로 광고와 PR 등 하위 전술을 통합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자신의 판’의 복판에 서있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쉽고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기술개발 역량이나 조직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도, 경쟁자보다 앞서 시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 때론 브랜드 완성도가 미흡하더라도 브랜드를 빨리 출시하는 게 시장선점에 유리하다. ‘판’을 읽을 줄 알아야 ‘판’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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