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가끔 젊고 잘 생긴데다가 전지전능하기까지 한 ‘실장님’이 등장한다. 그는 아랫사람의 몇 마디 보고만 듣고 오리무중에 빠진 문제를 기가 막히게 해결한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이런 ‘실장님’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벌 2세가 아닌 이상 입사 후 최소 20년은 지나야 그 자리에 갈 수 있고, 그 정도 연륜이 있어야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정형화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나 브랜드관리자에게 중요한 점은 시장의 흐름과 판을 명확하게 읽고, 조직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다. 시장과 고객, 경쟁 구도, 자사의 역량 수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략의 전개 방향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을 위해 반드시 읽고 정의해야 할 세가지 판을 살펴보자.
먼저 ‘시장의 판’이다. ‘고객의 판’으로 바꿔 불러도 무방하다. 고객이 모여 있는 공간이 결국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판’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바로 시장세분화다. 고객을 기준으로 시장을 나누고 쪼개 신규 혹은 확장 브랜드가 들어가야 할 시장, 전략적인 제휴가 필요한 시장, 매각하거나 합병이 필요한 시장을 정의하는 것이다.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 통찰로도 ‘시장의 판’을 읽을 수 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브랜드관리자나 마케터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는 거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하는 시간이 1년으로 단축될 것이고, 이를 주도하는 건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제품 등 ‘비PC 분야가 될 것’”이라며 무어(Moore)의 법칙을 뛰어넘은 ‘황의 법칙(Hwang’s Law)’이 단적인 예다.
마지막은 ‘자신의 판’이다. 경쟁자와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자신의 패牌가 ‘자신의 판’이다. 여기서 기업이 사용 가능한 패는 ‘수단’과 ‘시기 선택’이다. 최선의 수단을 최적의 시기에 선택한다는 건 일관성 있게 정렬된 정렬된 브랜드 전략과 전술으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브랜드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명확한 브랜드 전략(브랜드 콘셉트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이 있어야 그 전략을 중심으로 광고와 PR 등 하위 전술을 통합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자신의 판’의 복판에 서있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쉽고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기술개발 역량이나 조직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도, 경쟁자보다 앞서 시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 때론 브랜드 완성도가 미흡하더라도 브랜드를 빨리 출시하는 게 시장선점에 유리하다. ‘판’을 읽을 줄 알아야 ‘판’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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