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과 일상의 ‘우아한 대화’
걸작과 일상의 ‘우아한 대화’
  •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 호수 78
  • 승인 2014.02.0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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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인 | 뮤지엄 아워스

▲ 정년퇴직 후 박물관에서 무료하게 일하는 요한은 우연히 일상과 마주한다. 뮤지엄 아워스 스틸컷. [사진=뉴시스]
캐나다 여성 앤은 어릴 적 친하게 지냈던 사촌이 오스트리아 빈의 한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난생처음 빈을 경험한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막막해 하던 앤은 우연히 오래된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미술사 박물관. 그녀는 그곳에서 박물관 경비원 요한과 만난다.

정년퇴직 후 박물관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집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던 요한은 앤을 도와주기로 한다. 두 사람은 유명한 박물관을 순회하기도 하고, 앤의 요청으로 혼수상태인 사촌에게 그림을 보여 주며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장소를 함께 돌아보며 외로운 일상을 채워 나간다.

‘뮤지엄 아워스’는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일하는 박물관 경비원 요한과 혼수상태에 빠진 사촌 때문에 처음 빈에 온 캐나다 여성 앤이 우연히 만나 시간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뮤지엄의 걸작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외로운 인생을 사는 중년 남녀의 평범한 일상이 교차되며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 뮤지엄 아워스 포스터. [사진=뉴시스]
낯선 도시에서 만난 두 남녀의 애틋한 만남은 일상과 현실을 반영한다. 그 과정에서 예술과 인생의 신비로운 교차가 흥미롭다. 풍경의 중심에 있는 뮤지엄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예술 작품의 의미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공간이다. 그곳에서 정년퇴직 후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경비원과 갈 곳 없는 낯선 방문객은 예술과 인생, 청춘과 죽음에 대해 현실적인 논쟁과 대화를 진행한다.

빈 미술사 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전시실로 꼽히는 피터 브뤼겔의 그림들이 감동적인 해설과 함께 영상으로 펼쳐지고, 관객들로 하여금 브뤼겔, 렘브란트, 벨라스케스를 비롯한 그림들을 관람하는 듯 느끼게 하는 건 이 영화의 백미다. 또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미술사 박물관을 비롯해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빈의 곳곳을 누비는 장면은 깊은 내면을 담아낸 도시 빈의 풍경을 담아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감독은 시간이 멈춘 듯한 빈의 모습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고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서로에게 도움과 위로가 되면서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질 존재들, 이미 시간 속에 잊혀 가고 있는 외로운 일상이 작품처럼 펼쳐진다. 겨울을 맞이한 빈의 고요한 풍경은 관객들에게 아련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매 순간 평범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매료되게 하고, 주인공들의 일상과 이야기에 공감하게 하는 이 영화는 브뤼겔의 주변과 일상을 충만함으로 채우고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름을 남기는 존재와 이름 없이 사라지는 존재 사이의 긴장감을 우아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그린 영화 ‘뮤지엄 아워스’는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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