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간층 잡아 바람 일으키겠다”
“정치적 중간층 잡아 바람 일으키겠다”
  • 김성민 기자
  • 호수 1
  • 승인 2012.07.09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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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출사표 던진 손학규, Again 4·27 분당을 재보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7월 3일 오전 7시 38분부터 진행된 경인방송 아침 시사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와의 인터뷰를 위해서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첫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하지만 대선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몇 초 만에 그의 목소리가 활기를 찾았다. 눈을 반짝이며 수화기를 들고 있을 얼굴이 그려졌다. 손 고문은 이날 인터뷰에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저녁이 있는 삶, 연말 대선 구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했다.

통합 리더십, 통할까

통합 리더십, 통할까 손 고문이 어떤 대통령을 꿈꾸는지 알고 싶으면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한 이유를 들으면 된다. “세종대왕은 민생과 통합의 상징이다. 왕족으로 태어나 사대부만 상대하던 임금이 백성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한글창제를 이뤄냈겠나. 노비 출신 장영실을 등용해 백성에게 필요한 해시계와 혼천의도 만들었다. 정치의 목표는 민생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황희 정승 등용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황희 정승은 세종대왕의 세자책봉을 적극 반대했던 인물이다. “세종대왕은 자신을 반대했던 황희를 정승에 앉히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분열이 더욱 심해지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통합의 리더십이다. 이것으로 대한민국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 그래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했다. 민생과 통합은 시대정신이다.”

세종대왕을 말하던 손 고문은 ‘선장’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 선장은 먹구름이 잔뜩 낀 격랑의 바다를 뚫고 나가야 할 운명을 지녔다고 했다. “세계경제 위기가 시커먼 먹구름을 우리 앞에 몰고 오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힘들 것이고, 국민도 힘들 것이다. 이런 때에 목표지점을 설정해 대한민국을 안전한 지점으로 이끌 선장이 필요하다. 감히 말하자면 내가 축적해온 경험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세종대왕론과 선장론을 통해 민생을 챙기는 리더십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어젠다로 정리됐다. 가족들과 저녁 한 끼 나눠 먹지도 못하면서 쥐꼬리보다 못한 월급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그마저도 챙기지 못하는 서민의 서글픈 자화상이 그 표현 안에 녹아 있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앞만 보고 뛰었다. 그래서 ‘압축형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러다가 보니 인간의 삶이 없어졌다. 가족의 삶이 없어지고, 가족의 행복이 어디 갔는지 모르게 됐다.”

그가 그리는 ‘저녁이 있는 삶’은 인간적인 삶을 되찾는 것이다. 양적 성장에 가려졌던 가치를 다시 찾아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비정규직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없는, 그래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이 저녁이 있는 삶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정의로운 복지국가다.”

이런 정책들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생각은 손 고문 자신이 걸어온 과거에서 나왔다. 자신이 사회적 약자였고, 그러다 보니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항상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인생을 바쳤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 김해 보안대에 잡혀 있었다. 48시간 동안 두들겨 맞았다. 그 후에는 세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길을 생각했고 항상 개혁이라는 화두를 옆에 두고 정치권에 들어왔다.”현실정치에 입문해 민생정치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고 손 고문은 말했다.

▲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지원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그가 가장 보람으로 느꼈던 일은 경기도에 7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경기도지사 4년 임기 동안 7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면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라고 생각했다. 사무실에 일자리 도표를 만들었고 의왕과천 터널 앞에도 일자리 현황판을 만들었다. 야권 대통합 때는 사회적 통합과 남북 통합을 위해서 정치가 통합돼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관철시켰다.”

안철수, 능력 발휘할 장 열어야

손 고문은 이번 대선이 지역구도가 아닌 계층구도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 경기도지사 시절 수도권(경기도) 홀대론을 주창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국토균형 발전과 수도권 경쟁력 확보 둘 다 중요하다. 그래서 경기도지사 재임 기간 중앙정부와 많이 싸웠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불렸던 세종특별시는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중앙과 지방이 함께 발전해야 수도권도 힘이 붙는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승리해야 그의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더 큰 산을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산길에 안철수, 문재인, 김두관 등 유력 경쟁자들이 있다. 이 중 영남에 포진한 문재인 의원과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해 손 고문은 그들이 지역구도로 경선을 몰고 가려고 한다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손 고문은 수도권 출신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지역구도’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계층구도’가 돼야 한다. 사회양극화가 심해지고 갈등이 증오의 시대로 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갈등과 분열의 대결구도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정치적 중간층의 마음을 누가 잡느냐에 대선의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을 미리 볼 수 있는 사례로 자신이 출마해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던 2011년 4·27 경기도 분당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꼽았다. “정치적으로 한나라당과 영남이 압도하는 분당 지역에 내가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분열의 구도로 가서는 안 된다’며 나를 찍었다. 정치적 중간층인 사람들이다. 이번 대선도 지난해 4·27 분당을 재보선처럼 될 것이다.”

지역 구도를 넘어서 정치적 중간층을 움직이게 했던 자신이 다른 당내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누가 되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놓고 최종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손 고문은 당을 믿고 이 과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안철수 능력 발휘할 장 열어야 “민주통합당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기 위해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신뢰를 가지고 그 과정을 맡기겠다. 안철수 원장은 우리 사회의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당에서도, 국민적으로도 좋은 합의를 봐서 안 원장이 유능한 능력을 우리나라를 위해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공식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손 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과 세종대왕을 들고 나왔다. 다른 주자들은 어떤 콘텐트를 들고 나오고, 누가 승자가 될까. 국민의 삶에 가장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콘텐트로 무장한 사람을 보면 답이 나온다.
김성민 기자 icaru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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