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의 선택 | 박근혜 대통령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의제 대부분은 사회적인 요구로 자리 잡은 것들이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건 그 의제를 공약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는 처음 국민의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왜 그런가. 당선만을 위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대통령의 소통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 직속기관 관계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1년차를 지켜본 소회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할까.
박 대통령의 소통은 일반 국민의 그것과 달라 보인다. 이는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잘 드러나 있다.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게 소통은 아니다. 소통의 전제는 법치다.” 일반적인 토론 민주주의에 입각한 소통의 의미와 괴리가 있다. 어떤 정책이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지 혹은 반하는지는 대통령 혼자 판단해선 안 된다.
이런 독단적 판단이 지속되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전문가의 조언만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직속기관 관계자가 “박 대통령 주변에서 문제를 객관적으로 짚어주고 해법을 제시해 줄 전문가가 없다”고 꼬집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두가 불통이라 생각해도 박 대통령 스스로는 ‘난 전문가 조언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는데 왜 불통이라 할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제시 돼 왔다. 최근 ‘안철수 신당’에 참여를 결정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013년 초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과의 간담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선 문제를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거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어떤 소통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올해 정국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금의 소통방식을 선택한다면 노동계와의 마찰이 우려된다.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에 강경대응을 고수하면서 노동계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결국 박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협상을 벌일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IMF가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꼭 그 방법밖에 없는지 전문가들에게 다시 자문을 구했다. 똑같은 결론이 나오자 전문가들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대비책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그 파장이 엄청날 것이란 걸 간파한 거다. 그 대안으로 고용률을 늘릴 수 있는 대안정책을 만들었다. 다시 한번 더 검토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대안을 만들고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소통이다. 현 정부에선 그게 없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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